사회 사회일반

술 취해 편의점 알바 폭행한 남성 심신미약 주장, 재판서 받아줄까 [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최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6 18:16

수정 2024.03.06 18:16

20대 남성 A씨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음주가 과했다고도 주장했다. A씨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사건 당시 상황은 이렇다. A 씨는 지난해 11월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20대 여성 B 씨에게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며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휴대전화를 빼앗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작동시켜 파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하고 말리려던 50대 남성 손님 C씨에게는 "왜 남자 편을 들지 않느냐, 저 여자는 페미니스트다"라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플라스틱 의자를 내리치는 등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가해자가 심신미약 상태임이 증명되면 법원은 이를 감경요소로 삼는다. 심신미약이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에 해당하는 경우는 심신장애상태로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예외적 상황이 있기는 하다. 법원은 '생리도벽' 사건에서 심신장애를 인정한 적이 있었다. 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여성의 도벽의 정도가 정신병정도에 이른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A씨의 사례는 어떨까. 법조계 일각에서는 A씨의 심신미약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증오로 인한 충동조절장애 정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씨 측은 본인이 받은 정신감정을 근거로 들이밀었다. 동시에 치료감호가 필요해 병을 치료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법원에 호소했다. 하지만 증빙만으로 법원이 가해자 주장을 다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관련 판례가 있다. 대법원 유사 사건에 대해 "정신장애의 정도는 전문가에게 감정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필수는 아니며,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반드시 전문감정인의 의견에 기속돼야하는 것은 아니고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음주 상태에서의 행동을 법원이 참작해 주는 사례는 있다. 이는 심신 미약과 달리 고의성이 없고 우발적 행동이었을 경우다.
만취한 상태로 생면부지의 사람을 폭행해 사망케한 B씨 사건의 경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당우증)는 7일 상해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B씨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피해자가 다가오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양형에 참작했다.

wschoi@fnnews.com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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