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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혼돈의 시대에 나타난 '인공 神' AI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6 18:39

수정 2024.03.06 18:39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위기는 낡은 질서가 해체된 상태에서 아직 새로운 질서가 정립되지 않은 혼란기에 생긴다. 국제관계 안정은 강대국 간의 합의와 타협이고, 작은 국가들의 참여 메커니즘이 얼마나 작동되고 있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중국의 부상으로 강대국 미중 간의 갈등이 극에 다다르고 있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보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힘이 종이호랑이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냉전 이후 40여년간 이어져온 미국 패권의 독주 시대가 흔들리면서 국제관계가 혼란에 빠졌다. 미국이 중동을 포기하고 아시아로 돌아올 만큼 강력해진 중국,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고 여전히 강한 러시아 그리고 거대인구를 바탕으로 대국의 길로 들어선 인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했고 일본은 미국의 동맹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주권국으로 부상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세력의 부상은 경제가 기반이고, 그 경제는 기술에 기반한 실력이다.
지금 세상은 정보와 데이터가 경제의 핵심이고, 누가 데이터를 장악하고 이를 이용한 인공지능(AI)을 장악하느냐에 세상의 패권이 달렸다.

패권이 어디로 가는지는 황금에 물어보고,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돈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미국의 AI칩 회사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한국 국내총생산(GDP) 1조7000억달러를 넘는 2조달러대에 달했고 미국의 AI 관련 7개 기업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 7'의 시가총액은 15조1000억달러로 일본 GDP의 3배를 넘어섰다. 돈의 대답은 새로운 AI세상은 다시 미국 패권의 천하독점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냉전시대 이후 미국은 소련과 같은 경쟁자도 없었지만, 나토와 같은 동맹 메커니즘을 통해 잠재적 도전자를 포위하고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AI시대에 미국은 쇠락한 유럽동맹이나 취약한 아시아동맹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만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AI는 미국모델이 최고이고, 유럽은 경쟁자가 없고, 아시아는 미국모델을 추종하는 수준이다. 중국 AI모델도 강하지만 중국은 규제 중심이라 발전이 늦고 반도체 문제로 미국을 추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존 기술과 현재 AI기술의 차이는 기존 기술은 생활기술이었지만 AI는 정치·경제·사회·문화·국방 모든 분야의 생태계가 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AI는 인간이 만든 인간과 세상의 모든 것을 통제 가능한, '인공 신(神: Artificial God)'의 경지에 올랐다.

그러나 이 '인공 신' 역시 기억(Memory)을 못하면 치매다. 메모리산업에 특화된 한국은 '인공 신'들의 전쟁 시대에 너무 자조할 필요 없다. AI 칩셋에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쌍을 이루는 고속광대역메모리칩(HBM)이 없으면 AI치매다. 챗GPT의 GPU 시장은 엔비디아가 100% 독점하고 있지만 HBM 시장의 90%는 한국이 장악하고 있다.

미중 기술전쟁의 종착역은 AI전쟁이다. AI의 인프라인 5㎚ 이하의 첨단반도체 생산은 한국과 대만만 가능하고, 미중 모두 한계가 있다. '인공 신'의 시대에 HBM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5㎚ 이하의 첨단반도체 생산기술을 보유한 한국은 '신(神)이 돕는 나라'다.

그러나 반도체는 인재전쟁이다. 우수 이과인력이 의대로만 몰려가면 한국 반도체의 미래는 문제가 된다. 의사 증원도 시급하지만 반도체엔지니어 육성은 더 중요한 문제다. 지금 첨단반도체는 AI전쟁 시대 전략물자이고 보조금은 국방비다.


첨단반도체 쟁탈전은 지금 국가대항전이고 '쩐(錢)의 전쟁'이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이 첨단반도체 생산에 40조~60조원의 보조금을 퍼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를 재벌의 수익사업 관점에서 빨리 국가방위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다 잡은 고기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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