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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하이브리드차 고수한 업체들의 미소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6 18:40

수정 2024.03.06 18:40

윤재준 국제부 부장
윤재준 국제부 부장
비난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차를 포기하지 않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고집이 옳았다며 마치 용서를 해주는 것 같은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가격이 비싼 순수전기차 구매를 소비자들이 망설이고 있고 부족한 충전 인프라, 지난겨울에 나타난 배터리 성능 문제로 판매 열기가 식으면서 도요타의 결정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도요타는 이 같은 시장의 변화를 틈타 지난해 하이브리드차를 전년에 비해 약 80만대가 더 많은 340만대를 팔았으며, 이달 끝나는 회계연도의 영업이익은 4조9000억엔(약 43조49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도요타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80%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순수전기차를 대표하는 테슬라 주가는 5% 떨어졌다. 대부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동안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를 포기하지 않고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투자자와 환경론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한 대형 투자은행에서는 도요타의 결정이 현명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애덤 조너스는 순수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소멸시킬 것이라던 자신의 전망이 틀렸다며 도요타에 사과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순수전기차 수요가 커졌음에도 판매 증가율은 둔화됐다. 자동차 업계는 수익성 좋은 순수전기차 개발을 가장 중요한 장기적 목표로 잡았다가 '작은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하이브리드차의 인기에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한국과 일본 업체들의 차량이 주로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순수전기차에 집중하던 미국 자동차 '빅3' 업체들은 뒤늦게 추격에 나섰다. 제너럴모터스(GM)는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가 기대보다 저조하자 하이브리드차 기술을 다시 도입할 계획이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하이브리드차도 환경에도 좋다며 옹호하고 나섰다.
하이브리드 차종을 잔류시킨 포드는 지난 4일 공개한 2월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5% 증가했으며 여기에는 32%가 더 팔린 하이브리드차가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순수전기차의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30%가 한계가 될 것이라며, 하이브리드차 판매의 길이 앞으로 더 열릴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하이브리드차를 포기하지 않은 글로벌 업체들이 당분간 미소를 지을 것으로 보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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