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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 문신 시술 허용"..'의사 압박' 비장의 카드인가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7 08:09

수정 2024.03.07 08:09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현행법상 의료인에게만 허용되는 문신 시술 행위를 비의료인에게도 개방하기 위한 국가시험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대치 중인 의료계를 더욱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미묘한 시점에 '문신시술 비의료인에 개방' 연구용역 발주

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문신사 자격시험 및 보수교육 체계 개발과 관리 방안 마련 연구'를 발주했다.

복지부는 올해 11월 최종 연구 보고서를 만들고, 그 결과를 문신사 국가시험 시행 세부 규정과 위생·안전관리 교육 등 정책 수립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신 시술 제도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다"라며 "국회에 다수 발의된 법안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미리 연구를 통해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연구용역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신 수요 증가에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2020∼2023년 비의료인 시술자 자격, 영업소 신고, 위생·안전 기준 등을 담은 법 제·개정안이 11건 발의된 상태다.


현행법상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국가가 인정한 의료인만 시술을 할 수 있다. 대법원은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결했고, 지난해 헌법재판소도 문신사 노조 '타투유니온'이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은 헌법 위반"이라고 낸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의사단체는 이런 법적 판단에 따라 의료인만 문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해 10월 10일 대한문신사중앙회가 대법원 앞에서 문신 합법화 촉구 기자회견을 연 직후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비의료인의 시술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시험의 연구용역을 하면서 의사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로 빚어진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진료보조(PA) 간호사 활용,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같은 카드를 내놓은 데 이어 미용 분야에 해당하는 문신에까지 의료인의 영역을 줄이려는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이번 연구용역은 특히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시작한 4일에 발주돼 시기적으로도 미묘하다.

간호사 업무범위 확대하고 비대면 진료도 허용

앞서 복지부는 불이익 면제를 전제로 제시한 전공의 복귀 시한(지난달 29일)에 앞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PA 간호사가 그간 의사가 해온 역할의 일부를 대신하는 것이다.
정부는 또 의사들이 반대해 온 비대면 진료도 전공의 집단행동 기간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했다.

복지부는 지난 4일 전국 수련병원 50곳에 직원을 파견해 전공의 복귀 현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튿날부터는 향후 있을 처분(의사면허 3개월 정지)에 대한 사전통지서를 미복귀 전공의 약 8000명에게 발송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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