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김정은, 한미연습 대응 수위조절..'미국·일본 협상' 기대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7 09:53

수정 2024.03.07 09:53

국방성 격한 경고에 무력도발 예상
훈련 강화 지시만..수위조절 모양새
美 "비핵화 중간단계" 군축협상 여지
기시다 정치상황에 북일회담 여지
푸틴 방북·북중 친선, 우방국 이벤트
韓-쿠바 수교 충격에 외교관계 신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인민군 서부지구 중요작전훈련기지를 방문해 훈련시설들을 돌아보고 부대들의 실동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인민군 서부지구 중요작전훈련기지를 방문해 훈련시설들을 돌아보고 부대들의 실동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전훈련 강화를 주문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연습에 대한 대응으로 무력도발이 아닌 군사훈련을 택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미국·일본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은 전날 조선인민군 서부지구 중요 작전 훈련기지를 찾았다.


김 위원장은 기지 시설 등 여건들을 살펴보고, 감시대에 올라 예정돼있던 기동훈련을 지도했다. 훈련에는 헬기와 중화기 등이 동원됐다.

김 위원장은 “오늘 실전과 같은 훈련 환경에서 ‘진짜배기 싸움꾼’의 용맹한 기상을 유감없이 보여준 군인들의 훌륭한 모습을 보니 매우 기쁘도 마음이 든든해진다”며 “전쟁에서 승리를 확실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실전훈련을 더욱 강도 높이 전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이 훈련 강화를 지시한 건 4~14일 진행되는 한미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력도발이 아닌 훈련 강화에 나선 건 수위가 낮은 것으로 읽힌다.

앞서 북한 국방상이 한미연합연습에 대해 “미국과 대한민국은 자기들의 그릇된 선택이 가져올 안보 불안을 각일각 심각한 수준에서 체감하는 것으로써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윤석열 정부는 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왔다.

김 위원장이 수위 조절을 한 것은 미일과의 협상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먼저 미국의 경우 정 박 국무부 대북고위관리가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세미나에서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로 향하는 ‘중간단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룻밤에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전술핵무기 고체연료, 극초음속 능력, 무인 잠수정 등 북한 무기 관련 활동과 확산의 범위를 고려할 때 우리가 다뤄야 할 무기가 많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북미 군축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의 경우 납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요청하던 북일정상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호응한 상태다.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의견차가 커서 아직 큰 진전은 없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치적으로 반등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려는 게 북한의 속내로 읽힌다.

거기다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국면이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근시일 내 방북할 예정이고, 중국과는 수교 75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친선의 해’를 선포한 상황이다.

북한이 이처럼 외교관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쿠바가 우리나라와 전격 수교를 맺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형제국’이라 불리며 전통적으로 가까웠던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가속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해 고강도 도발보다 전쟁 대비 훈련에 주력하는 건 수위를 조절하는 느낌”이라며 “미 고위관료의 중간조치 언급과 일본과의 교섭 기대, 푸틴의 방북, 북중수교 기념 등을 감안해 전반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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