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인공장기로 줄기세포를 대량으로 만든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7 13:57

수정 2024.03.07 13:57

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 대량 배양보관 기술 개발
장 줄기세포로 실험쥐의 손상된 장 조직 재생에 성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장(오른쪽)이 권오만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 배양 실험을 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장(오른쪽)이 권오만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 배양 실험을 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장이 세계 최초로 인공 장기인 '장 오가노이드'에서 장 줄기세포를 대량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이 줄기세포로 실험쥐의 손상된 장 상피 조직을 재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기술로 인간의 장 줄기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고 동결 보관할 수 있어 재생치료제 개발이나 여러 신약 개발 기초연구에 활용될 전망이다.

7일 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줄기세포는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이 있어 재생, 인공장기 형성, 세포 치료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생체 내에서 한정된 양으로만 존재하며, 배양이 어려워 채취하면 안정적 보관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장기간 보관을 위한 환경 유지가 쉽지 않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다.

연구진이 인간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3차원 장 오가노이드에서 고순도의 인간 장 줄기세포 집합체를 대량 배양해냈다.

손미영 센터장은 "재생치료제의 핵심 성분인 인간 장 줄기세포는 분리 배양이 어려워 동물 실험 의존도가 높았다"며 "이번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량, 장기배양이 가능한 인간 정상 장 줄기세포 모델을 이용해 다양한 기초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장이 3차원 장 오가노이드에서 2차원 장 줄기세포를 농축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위 사진은 3차원 장 오가노이드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술 모식도.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손미영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장이 3차원 장 오가노이드에서 2차원 장 줄기세포를 농축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위 사진은 3차원 장 오가노이드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기술 모식도. 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연구진은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장 줄기세포 집합체들이 고농축 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화학적 조성이 명확한 배지 환경에서 인간 장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세포를 공기 중에 노출해 분화를 유도하는 '기체-액체 계면 분화법'을 이용해 2차원 장 줄기세포를 입체적 구조를 가진 장 상피 세포로 분화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장 오가노이드는 내부가 비어있는 내강을 중심으로 상피 세포와 세포 외 기질이 둘러싸고 있는 둥근 공 형태인데, 장 상피 세포가 내부의 내강에 접근하기가 어려워 다양한 응용 연구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스테레오 타입의 2.5차원 장 상피 세포 모델 시스템은 실제 인간의 소장을 모사할 수 있다.
또 내강 접근도 용이해 다양한 질환 모델 제작과 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

손 센터장은 "연구진이 확보한 다양한 장 오가노이드 배양기술과 접목해 기초연구 수준을 넘어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 더욱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장 오가노이드'에서 장 줄기세포를 대량 만드는 기술을 종합과학 분야의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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