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보릿고개(전년도 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바닥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4∼5월 춘궁기)를 극복하고자 보리·밀 품종 연구에 평생을 바친 조장환(曺章煥) 전 단국대 총장이 5일 오후 5시30분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7일 전했다. 향년 90세.
1934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고인은 김해농고,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인 1957년 농사원(농촌진흥청의 전신) 농업시험장 농업연구사로 들어가 보리 연구를 시작했다.
고인은 2011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스마트팜TV 인터뷰에서 "(보릿고개의 원인은) 우수 품종이 부족하고, 토지 비옥도가 낮고, 재배기술이 낙후한 탓에 생산량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처음엔 키 큰 보리를 연구하다가 비료가 많이 생산되고, 토양이 개량되면서 잘 넘어지지 않도록 키 작은 보리를 연구했다. 올보리와 강보리를 보급하면서 수확이 늘었다"고 말했다.
밀 연구에선 1960년부터 키가 큰 밀('장광', '영광', '진광' 품종)을 연구하다가 재래종인 앉은뱅이 밀을 이용, 키가 작아서 잘 쓰러지지 않는 '조광'·'그루밀'·'새밀' 등을 개발·보급해 생산량을 늘렸다. 또 197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노먼 볼로그(1914∼2009) 박사가 개발한 밀 품종인 '소노라' 등 미국 밀의 90% 이상이 일본으로 건너간 국산 재래종 앉은뱅이 밀을 개량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 소맥육종과장, 맥류연구소장을 거쳐 1984∼2000년 단국대 농학과 교수로 강단에 섰고, 1997∼1998년에는 제9대 단국대 총장을 역임했다. 1997∼1998년과 2011∼2014년 3대와 11대 한국맥류연구회장을 지냈고, 1995년부터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았다.
저서 '한국 보리 재래품종 유전자원의 특성'(1984), '유전육종학사전'(1993), '최신 식물육종학'(1995), '맥류생산과학'(2004), '먹거리의 기능성 품질과 건강'(2006) 등을 펴냈다. 오랜 지인인 한상기 전 나이지리아 국제열대농학연구소(IITA) 디렉터는 "연구 열정이 대단한 데다 행정 능력까지 갖춘 분"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유족은 부인 장희용씨와 사이에 1남1녀로 조규진·조영미씨 등이 있다. 빈소는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35호실, 발인 8일 오전 8시. ☎ 031-219-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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