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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한 채에 180억 신고가... 거래는 있는데 등기가 없다?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7 18:23

수정 2024.03.07 18:23

50억 이상 아파트 거래 보니
21%가 소유권 이전 못 마쳐
고가 주택 장기 미등기 사례
집값 띄우기 꼼수 의심 정황
용산 한 채에 180억 신고가... 거래는 있는데 등기가 없다?
#.지난해 8월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 268㎡는 무려 180억원에 손바뀜됐다. 국내 아파트 매매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격이다. 매수자 A씨는 계약체결 일주일만에 '소유권 이전 청구권 가등기'를 설정했다. 하지만 6개월이상 지났지만 아직도 본등기로 전환되지 않아 미등기 상태로 남아있다.

7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서울서 거래된 매매가 5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총 147건 중 현재까지 31건의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매매가 50억원이상 등기 대상 거래 중 21%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등기 중에서는 지난해 5~10월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거래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매매가 5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주로 강남 3구와 성동구 성수동, 용산구 한남동 등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띠에라하우스' 전용 244㎡의 경우 2023년 5월 16일 50억원에 거래됐으나 현재까지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10여개월째 장기 미등기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은 체결후 4~5개월 내 등기가 마무리되는 것과 비교하면 흔치 않은 사례다.

같은 해 6월 54억원에 팔린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174㎡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7월 61억원에 매매거래된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194㎡도 아직까지 미등기 계약으로 남아있다. 8월 체결된 고가 거래 중에서도 6건이 미등기이다. 사례의 '파르크한남' 180억원 거래를 비롯해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99억원(전용 198㎡),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64억원(168㎡)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아파트 거래에서는 계약 후 2~3개월 이내 잔금을 납입하고, 이로부터 60일이내에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뤄진다. 이를 감안하면 4~5개월 안에 등기가 이뤄지는 게 통상적이다.

장기 미등기의 경우 집값 띄우기 의심거래로 볼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서울 50억 이상 고액 거래 미등기(31건) 중 지난해 11월 이전에 계약이 체결된 사례만 19건에 이른다.

앞서 정부는 '집값 띄우기'를 통한 부동산 시세 조작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 때 등기 여부(2023년 1월 1일 계약부터)를 공개하고 있다. 또 장기간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거래에 대해서는 상시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대학원 교수는 "고가주택의 경우 계약 체결일로부터 잔금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하지만 장기간 미등기의 경우 집값 띄우기 꼼수로 활용될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기 미등기 외에 돌연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지난해 50억원이상 아파트 거래 147건외에 해지된 경우도 14건에 달한다.
이중 중개거래가 아닌 직거래는 단 2건으로 고가 거래 대부분이 중개업소를 통해 진행됐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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