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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제로 컨슈머와 마케팅전략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7 19:04

수정 2024.03.07 19:04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세계시장에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가 출현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마케팅하는 기업 경영자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컨설팅사 매킨지가 '제로 컨슈머(Zero Consumer)'란 새로운 용어를 제시했는데 이는 특정 브랜드에 충성도를 보이지 않고, 다양한 구매 채널을 이용하며, 빠른 배송과 같은 탁월한 서비스를 원하고, 환경보호 등 지속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이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여 이들에게 주목하지 않는 기업들, 특히 소비재를 마케팅하는 기업들은 생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제로 컨슈머는 네 가지 측면에서 제로, 즉 4무의 특성을 갖는다고 요약된다. 첫째, 제로 컨슈머는 경계를 배격한다. 그들은 유통기업으로부터 오프라인 및 온라인 모두의 경로를 통해 일관되고 이음매 없이 매끄러운 소비경험을 요구한다.
오늘날 첨단 미디어 및 기술 기업들이 탁월한 옴니채널 전략을 구사한 결과 소비자는 유통기업으로부터 편리한 옴니채널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매킨지의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71%는 식료품을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겸한 옴니채널을 통해 구매하고, 19%만 오프라인 상점에서 구매한다. 인도는 78%, 중국은 74%가 옴니채널을 통해 구매한다고 응답했다. 둘째, 제로 컨슈머는 어떤 품목은 소비절약하고 또 다른 어떤 품목에는 과소비하는 등 중간급을 꺼린다. 절약과 과소비가 병존하는 소비행동은 소비자를 저렴한 브랜드 아니면 프리미엄 브랜드로 쏠리게 만들어 중간가격대의 상품에 압박을 가한다. 중국 소비자의 81%는 가구나 주택개조 상품은 더 저렴한 브랜드를 구매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69%는 외식, 여행, 의류, 피트니스 등의 상품은 더 고급 브랜드를 구매하겠다고 응답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

셋째, 제로 컨슈머는 브랜드 충성도가 희박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많은 소비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에 재고가 없어 새로운 브랜드를 구매·소비한 경험이 있고,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여전히 그 선택을 지속하고 있다. 호주 소비자의 63%는 2023년 중 기존과는 다른 상점이나 다른 브랜드를 구입하는 새로운 소비행동을 채택했다고 응답했다. 소비자가 팬데믹 기간에는 획득가능성을 구했지만 지금은 가치, 품질, 다양성, 목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제로 컨슈머는 탄소제로,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높은 관심을 갖는다. 특히 소비자와 지구의 건강, 지속가능성, 출처, 투명성 등을 중시한다. 지속가능하고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상품을 더욱 선호한다.

제로 컨슈머가 늘어나는 가운데 기술적 측면에서는 소매기업과 미디어기업이 연합한 네트워크 모델이 대두하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기업들은 고객 및 중요 데이터를 소유하고자 경쟁이 격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전이와 변화의 환경에 대응한 기업의 마케팅전략은 무엇인가. 첫째, 제로 소비자의 옴니채널 소비행동을 감안할 때 선도적 기업들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병행한 옴니채널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1만8000개 이상의 소매상을 운영하는 인도의 복합기업 릴라이언스는 메타와 제휴, 왓츠앱을 통해 식료품을 유통한다. 둘째, 상품을 개조하는 일이다. 제로 컨슈머가 중간가격대의 상품을 꺼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생필품은 가격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품질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제로 컨슈머의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점을 감안할 때 상품,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및 소비자 경험의 개인화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잘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진정성 있게. 고객은 항상 옳다.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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