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韓, 2차전지 공급망 허브로 키워야" [FN 재계노트]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9 06:00

수정 2024.03.09 06:00

김경훈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
김경훈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

FN 재계노트는 재계에서 주목하는 경제 이슈와 전망을 전문가 시각에서 분석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배터리(2차전지) 산업이 탄소중립의 핵심요소로 인식되는 동시에 높은 시장 성장성이 기대되면서 배터리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차전지는 충전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전지로, 전기차가 주요 수요처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나 후퇴 현상)' 영역에 진입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이 실현되면 결국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배터리 산업이 미래 핵심산업으로 인식되면서 해외 주요국은 자국의 배터리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배터리 산업에 대한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기로 했으나, 일정 기준을 두고 중국산 부품이 포함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이유는 배터리 산업에 대한 선점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선 중국 중심으로 이루어진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은 중국이 중심이다. 중국은 △광물 채굴 및 제련 △양극재와 음극재 등 셀 구성요소 생산 △배터리 셀 제작 등 배터리 공급망 각 단계에서 60~70%를 담당하며 공급망 허브로 도약했다.

한국도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주요 핵심광물의 상당 부분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 배터리 핵심광물 5대 품목의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는 70%를 상회한다. 한국 역시 배터리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은 한국에 기회인 동시에 위기로 여겨진다. 현재 공급망 체제 내에서 한국은 2022년 글로벌 배터리 수출 순위 3위를 기록했는데,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배터리 주요 수출국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각국의 중국 의존도 축소 정책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이 중국을 대신하여 배터리 공급망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국은 배터리 셀 구성요소인 양극재 공급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주요 양극재인 삼원계 양극재의 최대 수출국이다. 한국 기업인 에코프로, LG화학, L&F 등이 글로벌 양극재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배터리 셀 부문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셀 생산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중국 기업이 전체의 62.6%를 차지하며 위상이 가장 높지만,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도 23.8%로 두 번째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LG 에너지솔루션, SK ON, 삼성 SDI 등 국내기업이 세계 10대 기업에 포함돼 있다. 이에 더불어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실제 매장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분산돼 있어 중국 의존도 축소가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니다.

다만,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 내에서의 위상은 한국이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배터리 셀, 양극재 등의 수출이 소수의 국가에 집중돼 다양한 국가들과 수출입 거래를 하는 중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 공급망 내 위상이 낮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이 중국을 대신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국가적 전략이 요구된다.

우선 국내생산 생산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기업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4%에 달하지만 해외생산이 많아 한국의 배터리 글로벌 생산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전기차 생산의 세계 생산 비중(3.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에는 국내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 채택이 늘어나면서 배터리 부문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생산을 강화해 국내에서의 배터리 수요를 충족시키고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 소재 및 부품 중에서 가능한 부문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은 수입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흑연은 국내 인조흑연 생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도 제련되는 만큼 수입을 다변화하고 수송비용 절감을 통해 조달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

또한 배터리 공급망은 광산에서부터 소재 및 부품의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분산적으로 구축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이를 다 보유하기 힘든 구조인 만큼, 우리 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 배터리 셀 생산은 국내에서 연구개발(R&D)과 제품 설계 등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해외에서는 현지생산을 담당하는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향후 리튬 기반의 2차전지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할 전망이므로 광산 확보를 통해 리튬 공급망을 주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광산개발은 해외 네트워크, 대규모 자본 등을 통한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개별기업 노력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광물자원 개발을 위한 민관협력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배터리 산업 부분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가오는 새로운 배터리 공급망 환경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선 중국을 대신한 허브로서 자리 잡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김경훈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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