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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국정연설 나선 바이든, 트럼프 맹비난...3연속 北 언급 안 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8 14:34

수정 2024.03.08 14:34

바이든, 7일(현지시간) 4차 연례 국정연설 진행
11월 선거 앞두고 트럼프 맹비난 "푸틴에게 굴복"
우크라 지원 의지 재확인, 가자지구 사태에서는 이스라엘 책임 지적
3연속으로 北 언급 안해...韓 역시 1차례 언급
전반적으로 내정 관련 치적 강조 및 트럼프 비난
트럼프, 국정연설 가운데 실시간으로 바이든 주장 반박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앞줄)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뒷줄 왼쪽)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앞줄)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뒷줄 왼쪽)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11월에 대선을 앞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국정연설에서 대선 맞수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인 트럼프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굴복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이든은 중국과 정면 대결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은 단 1번 언급했으며 한국 기업이나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 지원 호소, 가자 사태는 중립 추구
바이든은 7일(현지시간) 임기 중 4번째이자 마지막인 신년 상하원 국정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68분의 연설에서 트럼프의 이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 전임자"라는 표현은 13번 사용하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바이든은 우크라 전쟁과 관련해 "자유와 민주주의가 세계에서 공격받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미국은 우크라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 지원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내 전임자는 푸틴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지도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면서 "나는 푸틴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푸틴이 우크라에서 멈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의회에 말한다. 우리는 푸틴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 하원에서는 공화당의 반대로 우크라 지원 예산이 표류중이다.

바이든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도 언급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가를 유지하는 '두 국가 해법'을 재차 강조한 뒤 "이스라엘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은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된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미군이 나서 가자지구에 임시 항구를 짓는다며 "이를 통해 매일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의 양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군을 동원하겠지만 가자지구에 미군이 직접 상륙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에도 역시 미군을 파병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밖에서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시위대가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비난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밖에서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시위대가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비난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中과 대치 원치 않아, 3연속 北 언급 안 해
바이든은 중국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을 원하지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에 맞서고 있으며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태평양에서 인도, 호주, 일본, 한국, 도서국 등과 동맹과 파트너십을 재활성화했다. 나는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중국의 무기에 사용될 수 없도록 확실히 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평소 중국에 강경론을 펼쳤다는 점을 겨냥해 "내 전임자는 중국에 대한 거친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할 생각을 못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바이든은 2022년, 2023년 국정연설에 이어 3회 연속으로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재임 중 3차례 만났던 트럼프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바이든은 국정연설에서 한국은 단 1차례만 언급했으며 따로 한국 기업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24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해 차를 마시고 있다.로이터뉴스1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24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해 차를 마시고 있다.로이터뉴스1

선거 겨냥해 증세·낙태권 등 내정 집중
바이든은 당장 11월 대선을 앞둔 만큼 해외 문제보다 내정 및 트럼프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은 연설에서 "수많은 도시와 마을에서 미국인들은 전에 듣지 못한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를 쓰고 있다"면서 자신의 성과를 자랑했다. 그는 "미국의 컴백은 미국인의 가능성의 미래, 중산층으로부터의 경제,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경제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목표는 대기업과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정당한 몫을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연방 적자를 3조달러(약 3985조원) 더 줄이는 것"이라며 2기 집권 시 부유층 증세를 예고했다. 이어 현재 15%인 법인세 최저세율을 21%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반대로 감세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바이든은 2022년 미 대법원에서 여성의 임신 6개월까지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점을 지적하고 "미국인들이 만약 내게 '선택의 권리'를 지지하는 의회를 만들어 준다면 나는 '로 대 웨이드'를 이 땅의 법률로서 회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진영은 낙태권에 부정적인 트럼프 진영에 맞서 낙태권 부활을 외치며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노리고 있다. 또한 바이든은 불법 이민자 차단에 무기력하다는 트럼프 진영의 비난에 대해 국경 통제 법안을 이미 만들었다며 "내 전임자가 공화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법안을 저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자신이 임기 중에 추진한 친환경 산업 육성을 재차 강조한 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며 수만개의 청정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50만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여성 권리 향상을 주장하는 민주당 인사들이 여권 향상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백색 의상을 입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기다리고 있다.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여성 권리 향상을 주장하는 민주당 인사들이 여권 향상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백색 의상을 입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기다리고 있다.AFP연합뉴스

트럼프, 바이든 연설에 실시간 반박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바이든의 국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바이든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반박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예정된 오후 9시보다 약 26분 늦게 연설을 시작하자 "엄청 지각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큰 결례다"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푸틴에게 굴복했다는 주장에 "푸틴은 바이든을 존중하지 않아서 우크라를 침공한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는 "내 정부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4년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가 강력해진 것은 내 덕분"이라며 "내가 나토 국가들이 돈을 내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는 바이든이 연설 중에 코로나19 방역을 성과로 언급하자 코로나19 백신이 자신이 재임하던 시기에 개발 및 승인을 거쳤다며 9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바이든이라면 "12년이 걸렸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는 바이든이 지난 2021년 1월 의회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에 대해 "폭도"라고 비판하자 "바이든이 이른바 '폭도'라고 부르는 이들은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대선을 조작당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대선 패배가 사기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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