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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울산대병원 환자들 한숨만 가득.. 의대 교수 사직 현실화 우려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8 15:28

수정 2024.03.08 15:37

울산대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 가능성 소식에 환자들 놀라
울산대 의대 전임 교원 631명.. 외래 진료 교수 울산에만 152명
병원 측 예의 주시, 실제 사직서 제출 가능성은 낮게 봐
시민들 "의료 공백 걱정되지만 의대 정원은 늘려야"
울산시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비 비상진료체계 점검
8일 울산 동구 울산대병원 로비 설치된 전광판에 올해의 교수로 선정된 전문의 영상이 나오자 병원을 찾은 시민이 유심히 보고 있다. 울산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모두 152명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반대하며 전날 사직 의향을 밝힌 상황이다. 사진=최수상 기자
8일 울산 동구 울산대병원 로비 설치된 전광판에 올해의 교수로 선정된 전문의 영상이 나오자 병원을 찾은 시민이 유심히 보고 있다. 울산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모두 152명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반대하며 전날 사직 의향을 밝힌 상황이다.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10개월 정도 된 쌍둥이를 안은 젊은 부부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취재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들 부부는 아이의 정기검진을 위해 울산 동구 울산대병원 본관 소아청소년과를 찾았다. 전날 울산대병원 외래 진료를 담당하는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전공의 상대 사법·행정 제재에 반발해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기자의 질문을 통해 오늘에서야 알게 된 것이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평소 동네 의원을 찾지만 심하게 아프면 찾을 곳은 이곳 울산대병원뿐인데 전문의들이 진료를 중단한 시기에 응급 상황과 맞닥뜨리면 앞이 깜깜할 것 같다”라며 걱정스러워했다.

8일 울산대병원 본관 소아청소년과 대기실 모습. 이곳에서 울산대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합의 소식을 접한 아이 부모들은 아이의 응급 상황이나 중증 발생 시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울산대병원이라며 걱졍했다. 사진=최수상 기자
8일 울산대병원 본관 소아청소년과 대기실 모습. 이곳에서 울산대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합의 소식을 접한 아이 부모들은 아이의 응급 상황이나 중증 발생 시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울산대병원이라며 걱졍했다. 사진=최수상 기자

■ 치료 못 받을까 걱정되지만 의료계 입장엔 반대

울산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7명의 교수가 외래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포함해 울산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담당하는 의대 교수는 약 152명이다. 전날 서울아산병원과 강릉아산병원 교수 254명이 참여한 사직서 제출 합의에도 다수 포함돼 있다.

아픈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병을 앓고 있는 중년과 노인들도 외래 진료가 중단될 수 있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섰다.

본관과 연결된 울산대병원 신관은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이 몰려 있는 건물이다. 이날 오전도 노인과 중년 환자들이 병원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곳 또한 전날 일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있었다. 하지만 평소처럼 의대 교수들의 외래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문제는 울산대 의대 수련 병원으로 연계된 울산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다.

이날 병원을 찾은 한 중년 부부는 울산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정기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2곳 모두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로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걱정이 된다면서도 이번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남성은 “전공의, 전문의들의 사직 사태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고 걱정도 되지만 그렇다고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서울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의대 정원을 늘려 지방에서도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8일 울산대병원 접수대 앞에 환자들이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울산대병원은 지난달 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후 입원환자가 20% 감소하고 수술 환자 또한 50% 줄어드는 등 의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다만 울산대 의대 교수들의 정상 근무로 외래 진료는 대부분 정상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최수상 기자
8일 울산대병원 접수대 앞에 환자들이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울산대병원은 지난달 전공의 이탈이 시작된 후 입원환자가 20% 감소하고 수술 환자 또한 50% 줄어드는 등 의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다만 울산대 의대 교수들의 정상 근무로 외래 진료는 대부분 정상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최수상 기자

울산대병원 측은 전공의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 제출이라는 강수를 들고나오자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장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를 중단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언적 성격일 짙다고 봤다.

병원 측은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가상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두었다. 한 의료진은 “진료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예약된 환자들에게 사실을 즉시 통보하고 지역 연계 병원 안내 등 조치가 이뤄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 울산대병원 전공의 이탈 이후 의료 공백 지속

울산대병원 소속 전공의 126명 중 8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복귀 움직임을 미미하다. 지난 2월 말 기준 약 50명이 복귀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다시 이탈하면서 현재 80~90% 정도가 병원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파로 울산대병원은 입원 환자 20%가 감소했다. 수술 환자도 기존에 비해 50% 줄었다.

특히 응급실 이용자가 크게 줄었다. 경증의 경우 대부분 울산지역 응급의료센터로 분산되고 있고 환자분류 기준 1~2 등급에 해당되는 응급 및 위중 환자만 울산대병원에서 접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울산대병원 응급실의 보호자 대기실이 8일 오전 텅텅 비어있다. 전공의들의 이탈 이후 울산대병원 응급실은 환자분류 기준 1~2등급의 응급 위중 환자만 받고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울산대병원 응급실의 보호자 대기실이 8일 오전 텅텅 비어있다. 전공의들의 이탈 이후 울산대병원 응급실은 환자분류 기준 1~2등급의 응급 위중 환자만 받고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이 때문에 오히려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제 기능을 되찾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병원 측 관계자는 “그저께도 닥터 헬기로 이송되어 온 응급환자를 지체 없이 치료했다”라며 “평소 응급실 침상을 가득 메웠던 복통, 찰과상 등의 환자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시도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을 예고하자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했다. 회의에는 울산소방본부, 울산응급의료센터,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 7개 기관이 참여했다.
시 관계자는 "기관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해 시민이 의료 공백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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