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빛을 내뿜는 꽃이 나왔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0 12:34

수정 2024.03.10 12:34

MRC 의학과학연구소, '반딧불 페튜니아' '반딧불 국화'개발
합성생물학 이용해 곰팡이 유전자를 식물에 적용 성공
라이트바이오, 미 정부 허가 받아 4월부터 시판 예정
MRC 의학과학연구소 카렌 사르키샨 박사가 이끄는 합성생물학팀은 생물발광 곰팡이에서 발견된 효소 경로를 이용해 라이트바이오와 함께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반딧불 페튜니아'를 만들었다. 라이트바이오 제공
MRC 의학과학연구소 카렌 사르키샨 박사가 이끄는 합성생물학팀은 생물발광 곰팡이에서 발견된 효소 경로를 이용해 라이트바이오와 함께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반딧불 페튜니아'를 만들었다. 라이트바이오 제공


[파이낸셜뉴스] 스스로 빛을 내뿜는 꽃이 개발돼 야간 조명을 식물들로 대체하는 날이 올 전망이다. 가로등 대신 가로수가, 실내 조명등 대신 화분이 쓰이면서 전기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SF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나 보았던 일들이 실현되는 것이다.

영국 MRC 의학과학연구소 카렌 사르키샨 박사가 이끄는 합성생물학팀이 곰팡이 유전자를 이용해 반딧불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반딧불 페튜니아'와 '반딧불 국화'를 만들었다.
사르키샨 박사가 창업한 벤처기업 바이오라이트는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 오는 4월부터 '반딧불 페튜니아'를 판매할 예정이다.

사르키샨 박사는 10일 "합성생물학 기술로 식물이 다양한 스트에 대한 응답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가뭄 스트레스나 해충에 의한 공격 같은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작물 개발 및 질병 저항력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라이트바이오가 제품으로 내놓은 '반딧불 페튜니아'는 지난 2020년 만들었던 담배식물보다 최대 100배 밝은 빛을 낸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해 9월 반딧불 페튜니아가 안전하게 재배·번식될 수 있다는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라이트바이오는 발광식물 제품 중 첫번째로 '반딧불 페튜니아'를 미국 48개 주에서 이 꽃 하나당 29달러에 판매키로 했다.

MRC 의학과학연구소 연구진이 식물의 히피딘 합성 경로를 이용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국화를 만들었다. 라이트바이오 제공
MRC 의학과학연구소 연구진이 식물의 히피딘 합성 경로를 이용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국화를 만들었다. 라이트바이오 제공
자연에는 반딧불이 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생물들이 있다. 반딧불이 뿐만아니라 빛을 내는 버섯은 공통적으로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있다. 이 루시페린이 효소 루시페라아제의 작용에 의해 산화되면서 그 산화 에너지로 빛을 내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발광 메커니즘은 건강한 식물의 신진대사와 유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어둠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열대 버섯에 주목했다. 지난 2020년엔 곰팡이에서 나온 5개의 유전자를 통합해 담배식물이 빛을 내도록 만들었다.
이번엔 이 기술을 더 발전시켜 식물의 고유한 단일 유전자가 곰팡이에서 파생된 두 개의 유전자로 대체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생물발광 경로에서 가장 복잡한 반응을 수행하는 식물 효소인 히스피딘 합성효소를 발견하고, 이 효소와 버섯에서 발견되는 다른 필수 생물발광 효소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경로를 개발했다.


사르키샨 박사는 "이 하이브리드 경로는 플러그 앤드 플레이 방식으로 동식물에 주입되면 분자 생리학적 작용을 빛의 변화로 시각화할 수 있다"며 "이를 이용해 식물 내부의 미묘한 변화를 빛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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