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대통령실, 홍콩ELS 계기 ‘은행 성과급 환수’ 카드 만지작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0 17:00

수정 2024.03.10 17:00

은행 성과급 환수 '클로백' 재도전
文·尹정부, 20·21대 국회 다 실패
연구용역·공청회 등 준비한다지만
공공기관조차 강제 못하는 실정

지난 1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7조원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을 두고 오는 11일 금융감독원이 배상 기준을 발표한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홍콩ELS 사태를 계기로 ‘은행개혁’의 세부 방안 및 대처 수위를 놓고 고민 중이다. 특히 지난해 초 금융당국에서 시도했던 ‘클로백(Clawback)’ 도입을 다시 추진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홍콩ELS는 물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비롯해 그간 반복돼온 은행권 사태들은 단기간 상품 판매 실적으로만 인센티브를 받는 게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며 “공공기관의 경우 사업에 문제가 발생해 경영평가에서 드러나면 인센티브가 회수되는데, 그런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로백'은 회사에 손실을 입힌 임직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제도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도입했다. 우리도 행정규칙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같은 취지의 내용이 있다. 이연지급 예정 성과급을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은행권에서 클로백을 실제 이행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초 입법을 통해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 당시 은행권의 무분별한 성과급 잔치 논란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클로백 취지 감독규정을 법률로 상향시키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은행권이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금융위는 성과급 이연 비율과 기간을 더 확대하는 정도에 그쳤다. 최소 비율을 50%로, 기간은 5년으로 늘렸다.

이처럼 클로백이 은행권 반발에 한 차례 막혔던 적이 있는 만큼 대통령실은 이번에는 촘촘하게 설계한다는 각오다. 관련 연구용역은 물론 공론화를 위한 공청회 개최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또 클로백을 포함해 은행 지배구조와 인사평가 전반을 개혁하는 구상도 짜고 있다. 은행권이 공적 권한인 예금 수취권을 이용해 홍콩ELS 같은 위험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하는 사태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은행의 공공성이 결여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문제의식이다.

앞서 금감원은 8개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에게 이달 중순까지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제출하라 요구한 상태이다. 이를 감안해 4월 총선 이후까지 개혁안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겠다는 게 대통령실 전언이다. 다만 은행개혁이 원만하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당장 클로백만 해도 대통령실은 공공기관을 예로 들었지만, 실상은 법률로 강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부동산 투기 등 크게 논란이 됐던 일부 사안들에 대해서만 정부가 경영평가를 수정해 성과급 환수 조치를 했을 뿐이다.

게다가 클로백은 윤석열 정부 뿐 아니라 전임 문재인 정부 때도 제도 도입이 무산됐을 만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해묵은 과제다. 지난 20대국회 때인 2018년 정재호 당시 민주당 의원은 성과급 환수 필요성을 제기하며 관련 법안을 내놨지만, 법안 통과 가능성을 고려해 정작 환수를 강제하는 조항은 빼기도 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우리나라 은행 산업 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다 알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바꾸긴 어렵다"며 "총선 이후까지 계속 검토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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