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전세사기 주택 매입, 잠적한 집주인 동의 받아오라네요"

성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0 18:14

수정 2024.03.10 18:14

LH 협의매입 구제 실효성 논란
임대인 제출 서류 없이는 '불가'
"연락 안되는데" 세입자 발동동
356건 신청사례 중 매수 단 1건
피해단체 "요건 완화 등 방안을"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판정받아 진행 중이던 공매를 중단하고 LH의 협의매입을 신청했다. 하지만, 최근 LH로부터 임대인이 동의하는 서류 없이 주택을 매입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도주한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 A씨는 망연자실했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으로 살던 집을 매입해 임대하는 협의매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연락이 되지 않거나 도주한 집주인이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하기 때문이다.

10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LH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주택 협의매수를 신청하기 위해선 임대인이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주인이 제출해야하는 서류는 5건에 달한다. LH의 '전세사기피해주택 협의매수 통합 공고문' 기준으로 △전세사기 피해주택 협의매수 신청서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동의서 △전세사기 피해주택 협의매수 요건 동의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확인서 등을 작성해야한다. 여기에 임대인이 개인의 경우 신분증 사본, 법인인 경우에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법인 대표자 신분증도 필요하다.

협의매입은 경·공매 전 주택 대상으로 LH가 채권자와 협의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사들인 뒤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11일부터 신청을 받는다.

기존에 LH가 경·공매에 참여해 우선매수권으로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방식과 비교하면 한발 빠른 조치다. 협의매입은 경·공매에 넘어가기전 주택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에 LH가 경·공매를 통해 매입한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LH는 접수한 356건의 신청 건수 중 20%도 되지 않은 65건만 매입 가능한 것으로 통보했고, 현재까지 실제 매입으로 이어진 사례는 인천 미추홀구 소재의 주택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올해 1월 정부는 이같은 저조한 전세사기 주택 매입건수를 늘리기 위해 LH의 매입 대상을 경·공매 전 피해주택으로 확대키로 했고, 11일부터 신청 접수가 진행된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집주인은 상당수가 연락이 닿지 않아 세입자들이 신청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운이 좋게 임대인과 연락이 닿아도 제출문서 작성을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

LH 관계자는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경매 전에 강제로 임대인의 소유권을 뺏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임대인으로부터 소유권 이전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문서가 모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단체들은 협의매입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철빈 전세사기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협의매수는 피해자가 임대인과 연락해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요건을 완화하거나 채권을 발행해 선구제 후회수를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피해 주택 매수 요건 완화와 함께 LH의 경·공매 주택 매입도 속도를 내야 한다"면서 "하루빨리 피해자들이 실효성있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west@fnnews.com 성석우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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