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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정밀영양으로 한우 사육기간 뚝… 생산비 부담 덜어"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0 18:38

수정 2024.03.10 18:38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백열창 농업연구관
평균 출하월령 31개월→28개월
농진청, 섬유질배합사료도 개발
기존 사료보다 40% 가량 저렴
농가 경영 어려움 완화 큰 도움
[fn이사람] "정밀영양으로 한우 사육기간 뚝… 생산비 부담 덜어"
먹거리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장보기가 겁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있는 가운데 한우농가들은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우의 도축 마릿수가 늘며 가격이 내려가는 와중에 사육기간이 평균 30개월인 한우의 사료 값이 치솟아 생산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우산업이 직면한 소득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료비 절감이 필수적이다. 사료비가 한우 생산비의 약 41%를 차지해서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개발한 '정밀 영양을 활용한 거세한우 단기비육 프로그램'과 '섬유질배합사료(TRM)' 기술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백열창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농업연구관(사진)은 "한우는 송아지, 육성우, 비육 전·후기 단계를 거쳐 알곡사료, 사료작물, 볏짚 등을 섭취하고 대략 30개월령 전후로 출하된다.
사료 가격은 곡물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크게 의존해 국제 거래가격과 환율의 변동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러한 구조로 인해 관행적 사육방식을 유지하는 한우농가는 사료비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한우산업은 국내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곡물 위주 장기사육을 하고 있다. 2000년 23개월이던 한우 사육기간은 2021년 30.4개월 정도로 늘었다. 이 같은 고민에서 나온 기술이 '정밀 영양을 활용한 거세 한우 단기 비육 프로그램'이다. 사료의 영양소와 조단백질 수준에 변화를 줘 '빨리 키워 출하 가능한 소'로 만드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백 연구관은 "소 사육기간을 단축하고, 적정 수준의 사료 단백질 공급을 통해 분뇨 내 질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목표로 했다"며 "기존 거세우의 평균 출하 월령을 31.2개월에서 28개월로 줄였고, 사료의 총가소화 영양소와 조단백질 수준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육기간 단축기술을 6개 지역의 17개 농가에서 2130마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 결과 사료비가 9.2% 절감되고, 농가 소득이 1.29배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사료비 절감을 위해 섬유질배합사료(TMR) 기술도 개발했다. TMR는 풀사료와 알곡사료를 섞어 급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있는 미강, 깻묵, 버섯 부산물, 비지, 맥주박 등의 농식품부산물을 함께 섞어 급여해 사료비를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진주, 제주, 함평, 화성, 대전 5개 농장에서 TRM기술을 적용한 결과 비육우 사료비는 마리당 평균 249만원이였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022년 비육우 마리당 사료비 410만원보다 39.3% 저렴한 수준이다.

평균보다 세 달 덜 키운 소는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걱정도 기우였다.
경남 진주 소재 삼솔농장은 한우 배합비 프로그램 도입 후 지난 2011년 31.1개월인 출하 연령이 2022년 26.5개월로 단축됐지만, 1++ 육질등급 출현율은 같은 기간 12.5%에서 40%로 늘었다. 해당 농장의 2022년 소득은 마리당 380만원으로 전국 평균 51만원에 비해 7.5배 높았다.


백 연구관은 "농가들의 한우 사육기간이 길고, 고단백질 사료 선호는 한우 고기의 육질 성적에 영향을 준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며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해선 비육기간 단축기술과 저단백질 사료의 농가 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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