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끝 안보이는 의정 갈등, 일단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0 18:49

수정 2024.03.10 18:49

의료공백 대혼란 <下>
의료계 원로는 의정 사이 중재하고
정부는 전공의에 내밀 카드 마련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대본 1차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중대본 1차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이탈이 이어지며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의 주장과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한 대형병원에서는 자리를 지키는 의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와 의사들의 '강대강' 대치 속에 환자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갈 것이다.
특히 응급·필수 의료까지 의료공백 사태가 확산되면서 실제로 진료와 수술을 제때 받지 못해 사망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탈한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없고, 이탈률은 더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들어갔다.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환자를 사이에 두고 '누가 이기나 보자' 식의 극단 대결은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생명을 대상으로는 '갈 데까지 가보자'는 자존심 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국가 간 전쟁도 유혈사태를 멈추기 위해서는 서로 총부리를 거두고 만나서 먼저 대화를 해야만 한다. 대화를 통해 조건과 의견이 맞으면 휴전협정을 맺는다. 이번 사태를 무기한 지속할 수는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일단 만나서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비공개 총회를 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타개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정부와 전공의는 대화에 나서야 하고 자신들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시점에서 대화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들도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면서 "모든 이해관계자는 이성을 되찾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 해법을 도출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또한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는 대화를 통한 사태 타결을 요구한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대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의대 2000명 증원이 정부의 일방통행식 결정이었다고 하고, 정부는 대화를 요구했지만 전공의들이 거부했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대폭 증원을 예상한 전공의들이 대화를 거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이런 태도를 버려야 한다. 대화 없이 어떻게 타결점을 찾을 수 있겠는가.

정부가 기왕에 필수·지역 의료 지원과 의료수가 인상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아예 귀를 닫아버렸다. 대안 없는 대화는 또다시 공전할 수 있다. 증원 인원을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의사나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카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의정 갈등과 공백 사태의 중심에는 전공의들이 있다.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하는 역할이 과도하게 크고, 대형병원일수록 더 그렇다. 큰 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환자 쏠림을 개선하는 것도 앞으로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고민해야 한다.
의료계 원로들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왜 지금까지 아무런 의견표명도 없이 숨어서 숨을 죽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갈등을 타개하기 위한 중재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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