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무원 왜 하나요" 공직 떠나는 MZ 공무원들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1 07:08

수정 2024.03.11 07:12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파이낸셜뉴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직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7급 공무원이자 유튜버 '덱시'는 영상을 올려, 자신이 공직 생활을 마감하는 배경으로 '경직된 조직 분위기'와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라고 꼽기도 했다. 그는 영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직장에서, 나는 가장 불안정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7일 발간한 '신규임용 공무원의 퇴직 증가 문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공무원 퇴직에서 신규임용 공무원의 퇴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17.1%에서 2023년 23.7%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MZ 공무원' 등 돌리게 만드는 낮은 보수·경직된 공직 문화

공무원들이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퇴직을 결심하는 핵심 사유로는 ‘낮은 보수’를 꼽는다.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5년 차 미만 공무원 이직 희망 사유로 ‘낮은 보수’를 선택한 응답률이 74.1%로 1위였다.


여기에 경직된 공직 문화도 이유로 꼽힌다. 유튜버 '덱시'는 지난 2022년 9월 '7급 공무원 퇴사한 MZ세대가 말하는 진짜 퇴사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나는 상사가 야근하라고 압박해도 6시 전에 다 끝내고 칼퇴근하는 사람이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상사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데 상사 기분 맞춰주겠다고 일도 없는데 야근, 술 시중드는 건 죽어도 싫었다"며 "공무원이니까 윗사람이 날 어떻게 보든 잘릴 위험은 없다. 나만 철판 깔고 무시하면 되는데 성격상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는 걸 견디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아예 성격이 다른 두 기관에서 일을 해봤는데도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다. 이러다가는 평생 영혼 없이 직장을 다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무원으로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 모두 근무해 봤지만, 어느 곳에서도 직업적인 만족도를 채우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덱시와 비슷한 이유로 면직을 택한 이들이 공감과 응원을 보내면서 해당 영상에는 1300개가 넘는 댓글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951명이었던 재직기간 1년 미만 퇴직자는 지난해 3123명으로 3.2배 늘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951명, 2019년 1769명, 2020년 1610명, 2021년 2723명, 2022년 3123명으로, 지난 5년간 공무원에 합격한 뒤 1년 만에 퇴사한 사례가 급증했다.

특히 20~30대 퇴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8년 5761명이었던 2030 퇴직자는 지난해 1만1067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5761명, 2019년 6320명, 2020년 8142명, 2021년 8982명, 2022년 1만1067명이다.

인사혁신처는 자체 설문조사를 종합·분석한 결과, "공무원의 주요 퇴사 원인으로 '낮은 연봉(보수)', '경직된 공직문화',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 등이 주로 언급된다"고 지적했다.

"5년 동안 평균 보수 인상률 평균 2%도 안 돼"

어렵게 공무원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공무원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공무원 퇴직자(재직 3년 이하)는 지난 2022년 1만 20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5166명이던 4년 전보다 2배(6910명)가 늘어난 셈이다.

공무원이 외면받게 된 이유는 ▲낮은 연봉 ▲경직된 조직문화 ▲업무에 대한 만족도 ▲직장 내 인간관계 등이 거론됐다. 또 일각에서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직업관이 변화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7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충주시청 김선태(36·전문관) 주무관이 출연해 공무원 처우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 주무관은 "공무원 월급은 일반 사기업에 비해 거의 삭감 수준"이라며 "5년 동안 평균 보수 인상률이 평균 2%도 안 됐다. 그런데 물가는 6%씩 올랐다. 그러면 5년간 실질적인 급여는 삭감된 거다. 그런 현실 때문에 가장 크게 실망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다만 공무원에 대한 직업적 인식과 만족도가 높은 젊은 층도 존재한다. 6년 차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인 유튜버 '뚜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공무원을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지난해 11월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나는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인 삶을 선호한다. 그리고 어른들이 공무원을 되게 좋아한다"며 "나는 지방 토박이다.
일자리가 많이 없는 지역에서 무난하고 평범한,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직업이라 좋다"고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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