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돈 없어서 못 먹어요"…저소득층만 음식값 줄였다

김주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1 11:19

수정 2024.03.11 11:19

통계청 1∼2월 식료품 물가지수 6.7% 급등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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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과일을 비롯한 신선식품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저소득층의 식료품 지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사비 지출이 눈에 띄게 감소해 신선식품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영양 결핍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물가로 줄어든 식사량에 식사의 질마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물가 상승…과일 물가지수 38.3% ↑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2월 식료품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 올랐다.

이는 1∼2월 기준으로 2021년(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별로 보면 식료품 물가의 상승률은 작년 9월 5.3%(전년 동월 대비 기준)에서 10월 6.9%로 뛰어오른 뒤 올해 1월(6.0%)까지 4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하다가 지난달에 7.3%로 높아졌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이 7%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10월(7.5%)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최근 식료품 물가의 상승은 과일 가격의 급등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작황 부진 등으로 사과 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른 대체 수요로 귤 등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과일 물가는 고공 행진 중이다.

식료품 중 과일 물가지수는 지난달 161.3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8.3% 뛰어올랐다. 이는 1991년 9월(43.3%) 이후 3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채소 및 해조도 작년 3월(12.8%)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인 11.3% 오르면서 식료품 물가를 끌어올렸다.

"비싸서 못 먹겠네"…지갑 닫았다

고물가에 가계의 실질적인 식료품 소비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 이상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은 작년 4분기 평균 4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다.

그러나 물가 영향을 배제한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실질 지출은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로 식료품에 지출한 돈은 늘었지만, 실질적인 소비량은 줄어든 것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실질 지출은 2021년 4분기부터 작년 2분기까지 7개 분기째 감소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에 1.1% 반등했지만,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또 다른 먹거리 소비인 식사비(외식비)의 실질 지출도 작년 4분기 0.2% 감소했다. 작년 2분기(-0.8%), 3분기(-2.0%)에 이어 3개 분기째 '마이너스'(-)다.

고비는 아직…"식료품 물가 더 오를 것"

특히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 폭이 컸다.

작년 4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실질 지출은 7.7% 감소했다. 2분위(-1.5%), 3분위(-2.2%), 4분위(-4.0%), 5분위(-4.5%) 등 다른 가구보다 감소율이 높았다.

1분위의 식사비 실질 지출도 5.8% 줄어 2분위(-4.2%), 3분위(3.1%), 4분위(0.0%), 5분위(0.8%) 등 다른 분위보다 감소 폭이 컸다.

먹거리 물가의 상승이 저소득층에게 더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식료품 물가는 지난 1, 2월 각각 5.9%, 6.9% 상승했다.
특히 식료품 물가를 끌어올린 과일과 채소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농업관측 3월호’를 보면, 이달 토마토·딸기·참외는 물론 호박·오이 등 주요 과일·채소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크게 비쌀 공산이 크다.
구체적으로 토마토와 대추방울토마토값(도매가 기준)은 각각 49.3%, 11.2% 오르고, 딸기와 참외도 17.7%, 5.1%씩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농경연은 내다봤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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