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절단된 신경을 밴드로 감아 연결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1 12:00

수정 2024.03.11 12:00

성균관대.고려대 연구진, 접착 패치로 꿰메지 않고 신경봉합술 가능해
밴드처럼 감아주면 1분내로 다시 신경 봉합… 원숭이 실험에서도 성공
성균관대 손동희·신미경 교수팀과 고려대 박종웅 교수팀이 개발한 신경봉합 패치를 실험쥐의 좌골신경을 잇는 실험에 성공했다. 손동희 교수 제공
성균관대 손동희·신미경 교수팀과 고려대 박종웅 교수팀이 개발한 신경봉합 패치를 실험쥐의 좌골신경을 잇는 실험에 성공했다. 손동희 교수 제공


[파이낸셜뉴스] 우리 몸 속 신경이 잘렸을때 수술실로 꿰매지 않고 밴드로 감아 1분 만에 다시 이을 수 있는 신경봉합 패치가 개발됐다. 실제로 원숭이의 손목에 있는 신경이 끊어져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접찹력이 있는 이 패치로 봉합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됐다.

11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성균관대 손동희·신미경 교수팀과 고려대 박종웅 교수팀이 실제 피부 구조와 비슷한 패치형 신소재를 개발했다.

손동희 교수는 "패치의 성능 검증 결과, 신경조직 재생과 근육의 기능성 회복 정도가 봉합사를 이용한 방법과 차이가 없었다"며, "신경봉합술은 신경 염증이나 종양의 절제, 장기 이식 등과 같은 수술에도 필요하므로 의료 현장에서 수술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절단된 신경을 연결하는 방법으로 머리카락보다 얇은 의료용 봉합사로 신경 외피를 바느질한다. 이런 신경봉합술은 숙련된 의사도 신경 1가닥을 연결하는데 10분이 걸릴 정도로 정교한 작업이다. 피부 괴사를 막고 봉합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봉합술이 필요한데, 이런 어려움은 수술 시간을 늘리는 원인이 된다.

연구진은 여러 층으로 이뤄진 피부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외부는 질기지만 내부로 갈수록 부드러운 조직으로 구성된 패치를 개발했다. 이 패치는 외부 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자가치유 고분자와 우수한 조직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 하이드로젤로 만들었다.

자가치유 고분자도 탄성 고분자와 점탄성 고분자를 층층이 쌓고, 접착 하이드로젤을 단계적으로 배치했다. 점탄성 고분자가 응력을 흡수하고 탄성 고분자가 복원력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패치를 사용하는 방법은 밴드처럼 간단히 신경을 감아주면 된다.

이 패치는 의사가 아닌 비전문가도 1분이면 신경을 봉합할 수 있다. 특히 실험쥐와 원숭이 모델 실험에서도 성공했다.

먼저 신경 봉합 패치로 실험쥐의 좌골 신경을 이었다. 수술 10일 후 봉합 패치로 덮여 있는 부분의 신경이 재생됐으며, 12주 후에는 신경이 완전히 재생됐다.

또 절단된 원숭이의 손목 정중 신경을 이 패치로 봉합했다.
이후 1년에 걸쳐 관찰한 결과, 원숭이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이 정상에 가까운 수준으로 회복됐다.

또한 연구진은 "이 패치에 신경 재생을 촉진하는 단백질 분자를 추가하면 기존 바느질 봉합술보다 신경조직이 빠르게 재생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신경봉합 패치를 국제학술지'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