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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높아진' 기아…해외 RV 평균가격 5779만원 '14%↑'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2 06:00

수정 2024.03.12 06:00

기아 2023년 사업보고서 분석
브랜드 이미지 높아지고 품질 입증
기아, 해외서 고급화 전략 승부수
EV9 등 고가 전기차 늘어난 영향도
기아가 북미 시장에서만 판매하는 전략 차종 텔루라이드. 기아 제공
기아가 북미 시장에서만 판매하는 전략 차종 텔루라이드. 기아 제공

<기아, 해외 평균 RV 판매가격 추이>
구분 해외 평균 RV 판매가격
2021년 4546만원
2022년 5090만원
2023년 5779만원
(※미국, 독일, 호주의 단순 평균가격. 자료: 기아 사업보고서)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3위 완성차 그룹으로 올라선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 시장에서 팔리는 주력 차종의 가격이 몇 년 새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일본이나 유럽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이제는 한국산 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고, 품질 경쟁력까지 입증하면서 이른바 '제값 받기'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기아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아가 해외 시장에서 판매한 레저용 차량(RV)의 평균 판매가격은 577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5090만원)과 비교해 13.5% 증가한 수치다. 2년 전인 2021년(4546만원) 대비해선 27.1% 급증했다. 미국, 독일, 호주 등 각 지역의 대표시장 판매가격에 말일 기준 환율을 적용한 단순 평균가격이며, RV에는 미니밴인 카니발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쏘렌토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과 물류 비용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최근 기아의 가격 인상폭은 평균을 크게 웃돈다. 과거 기아는 이른바 '가성비'를 내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다. 이 같은 전략은 한 지붕 아래에 있는 현대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위상이 높아지고, 품질도 일본이나 유럽차 못지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제값 받기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선 대당 판매단가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대수 역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아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은 78만2451대로 현지 진출 이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기아가 개발한 준대형 SUV 텔루라이드는 트림별 가격이 3만6190~5만3385달러(약 4750만~7010만원)에 이르는 고가 차량에도 불구하고 작년에만 미국에서 11만대가 넘게 팔렸다. 편의장비 등 옵션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기아 쏘렌토 휘발유 4륜구동 차량의 경우 미국 시장에선 고급 트림 가격이 4만3990달러(약 5770만원)부터지만, 국내에선 4425만원부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미국 가격이 더 비싼 셈이다. 유럽 시장에서도 질주하고 있다. 기아의 지난해 유럽 판매대수는 57만2297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53만4170대)의 실적마저 넘어서며 현대차그룹의 판매 성장세를 견인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신기록을 내면서 지난해 전 세계 연간 판매량 역시 308만7384대로 최고 실적을 올렸다.

중형급 이상의 차량과 내연기관차 대비 가격이 비싼 전기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평균 판매가격 상승의 주 요인이다.
기아는 지난해 EV9과 같은 고가 전기차를 내놨고, 차체가 큰 SUV 중심으로 라인업(구성)을 확장하고 있다. 기아는 연내 신형 픽업트럭(프로젝트명 TK1) 출시 준비를 마치고, 내년 초부터 오토랜드 화성에서 본격 양산을 시작하기로 노사 합의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SUV와 전기차 등이 늘어나면서 평균 판매단가가 올라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전기차의 경우 아직까지 원가 부담이 높은데다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은 내연기관차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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