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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을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1 18:37

수정 2024.03.11 18:37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한국 외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을까? 오는 18~20일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란 주제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견제와 미국 주도 민주주의 진영의 결집을 위해 만들었다. 2차 회의 때 111개국이 참여한 것으로 미루어 이번에도 상당한 규모일 듯하다. 이런 글로벌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한국 외교는 국제적 위상의 부각과 함께 한미동맹의 정점을 찍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 또 다른 이면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미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도 국익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개선 필요성을 느낀다면 이번 회의에서 중국에 무언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발신할 수 있다. 외교의 아이러니이지만 이념과 체제가 달라 초대되지도 않은, 정상회의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중국과 오히려 관계개선의 여지를 만들 수 있다.

올해 초 조태용 외교부 장관 임명 이후 한중관계는 조용한 겨울 앞바다 같다. 직업외교관의 장점인 신중한 태도와 발언은 한중관계를 자극하지 않고 있다. 단,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중관계의 근본적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중관계 개선으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줄어들면서 중국이 한중관계에 적극적이지 않다. 한국이 중국을 끌어당기기 위해 우회로로 활용하고자 했던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도 미적지근하다.

이번 회의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대만의 참석 여부이다. 대만이 지난 1, 2차 회의에 이어 이번 3차에도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지난 2월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중국 어선이 전복되면서 어민 2명이 숨진 사건을 놓고 양안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대만이 한국 주최 회의에 참석 시 중국을 더 크게 자극할 것이다.

최근 한국이 보여준 행보에도 중국은 불만이 크다. 지난 2월 한국 블랙이글스 소속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B 9대와 C-130 수송기가 대만 가오슝에 보급차 임시 착륙했다. 블랙이글스가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해서였지만 불안정한 한중관계에 있어 오이밭에서 갓끈을 고쳐 맨 격이다. 이전에도 수차 착륙한 바 있지만 중국은 이번에 한국의 의도에 더 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대만의 참석 시 중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관련한 많은 불만을 한국에 돌릴 듯하다. 미국도 미국이지만 욕하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한국과의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과연 대만은 초대되는가? 초대된다면 대면 참석인가 비대면인가? 정부 관계자일까 민간 전문가일까? 발언 주제는 무엇이고 어느 정도 수위일까? 지난 정상회의 때 탕펑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과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 대표가 참석했다. 화상으로 참석한 탕펑의 발언자료에 사전엔 없었던 중국을 빨간색, 대만을 녹색으로 표시한 지도가 나오자 화면이 갑자기 끊겼다. 백악관은 기술적 문제라 했지만 '하나의 중국'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 서울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대만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한중관계의 핵심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자기 철학과 정책에 따른 외교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고유의 권한이다. 보수 정부로서 민주주의 국가들의 유대 증진에 방점을 찍는 것은 당연하다.
단, 유대 증진이 진영 결집을 우선해 대외갈등을 유발한다면 한국 외교에 국익 시너지를 내기가 어렵다. 한국이 정상회의 성과를 외교적으로 언어적으로 기술적으로 나름 균형을 잡을 수 있다면 한중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한국 외교는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국제사회 리더십을 발휘하는 동시에 한중관계의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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