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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첫 한국인 간첩혐의 체포..“한러관계 현실”vs“확대해석 경계”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2 15:17

수정 2024.03.12 15:17

올해 초 간첩 혐의 한국인 첫 체포
러, 체포 사실 숨기다 지난달 통보
용산·외교부 "구체적 상황 파악 중"
징역 10~20년 선고시 한러관계 악재
"한-북러 불편한 관계 현주소 보여줘"
반면 "우크라戰 특수상황 감안해야"
러시아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교도소. 사진=뉴스1
러시아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교도소.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한국 국민 1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그간 없었던 최초 사례, 또 간첩 혐의라는 점에서 악화된 한러관계, 나아가 러시아가 북한과 같이 우리나라를 적대하는 스탠스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아직 자초지종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된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올해 초 한국인 1명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12일 알려졌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사법 당국자를 인용해 간첩 범죄 수사 중 한국인 백씨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 블라디보스토크에 구금된 후 추가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라는 것이다.


백씨의 구체적인 혐의는 국가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것으로, 관련 형사 사건 자료가 ‘일급기밀’로 분류됐다. 거기다 FSB가 지난달에야 우리 정부 측에 체포 사실을 문서로 통보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영사조력을 제공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체포된 것은 확인돼 현지 공관에서 영사조력을 하고 있는데, 어떤 간첩 혐의인지 등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곤란하다”며 “그래서 한러관계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외교부도 “현지 공관은 체포 사실 인지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조사 중인 사안으로 언급키 어렵다”고 했다.

다만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무부 차관이 지난달 방한해 원만히 협의한 바 있는 만큼, 한러 간에 이번 사안에 관한 소통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외교부가 러시아에서 풀려나 국내로 귀국한 백씨의 배우자와도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처럼 조심스러운 건 백씨가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민감한 상황이라서다. 러시아 형법상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10~20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만일 백씨가 중형을 선고받으면 북한-러시아 군사협력으로 소원해진 한러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특별군사작전 이후 우리나라를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동참을 이유로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이에 러시아가 북한과 함께 우리나라를 적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러시아가 간첩 혐의를 운운하는 건 정치적 사건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가 북한과 함께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인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어서 향후 제2, 제3의 간첩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중시한 가치외교로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반성하고 한러관계를 회복시켜야 한다. 지금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발 빠르게 외교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따른 것이라 한러관계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건 과대해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상황을 봐야 한다.
백씨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반전(反戰) 이야기를 했을 거라고 추측되는데, 전쟁 중이라 예민한 시기인 러시아로서는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업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선교사라는 점에서 러시아가 반전 여론을 누르려는 차원으로 보여서 러시아가 북한처럼 적대하고 있다는 건 과대해석”이라고 일축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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