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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 중진' 나경원의 설욕 vs '정치 신인'류삼영의 도전 [총선 격전지를 가다]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2 18:20

수정 2024.03.12 18:20

(3) 서울 동작을
거물급 배출 '한강벨트 승부처'
개인 역량·인지도가 승패 좌우
나, 21대 총선 패배 '절치부심'
"동작·나라 발전에 진심 다할것"
류,경찰국 설립 반발 영입인재
"사즉생 생즉사… 檢 잡는 경찰"
'4선 중진' 나경원의 설욕 vs '정치 신인'류삼영의 도전 [총선 격전지를 가다]
서울 동작을은 스윙보트 성향이 강한 지역구다. 실제 서울에서도 표심의 변화가 가장 많은 곳으로, 역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보수와 진보에 번갈아 가면서 손을 들어줬다. 특히 김한길, 정동영, 정몽준, 나경원, 노회찬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거물급 정치인들이 도전장을 내민 곳으로 후보 개개인의 역량과 인지도가 선거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선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가 재탈환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에선 경찰 출신 류삼영 후보가 현역인 이수진 의원을 밀어내고 공천을 받으면서 맞대결이 성사됐다.

■지역 인물론으로 승부 나경원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민주당 지지자였는데, 이수진 의원한테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나경원 후보는 4년 간 밖에 있었어도 동네를 더 많이 다니고 주민들을 챙겼다.
이번에는 나 후보를 찍을 예정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는 11일 저녁 7시 15분 남성역 2번출구 앞에서 퇴근길 유세를 시작했다. 새벽 기도회부터 아침 출근과 등교길 인사, 오후 길거리 도보 유세에 라디오 출연까지 살인적 일정에 충분히 지칠만해도 한명의 지역주민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나 후보는 남성역 2번출구 앞에 섰다.

남성역 앞에서 진행된 한시간 가량의 선거유세 중 나 후보는 100명이 넘는 지역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스킨십을 이어갔다. 나 후보는 직접 지역주민들에게 찾아가 허리를 숙이고 눈을 맞추며 민원 청취에 적극적이었다. 나 후보와 사진을 찍은 30대 부부 송씨와 김씨는 "개인적으로는 나 후보를 지지한다"며 "나 후보가 인지도도 있고 동작에서 오래 지낸 것이 유리한 것 같다. 동네를 잘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퇴근길 유세를 마친 나 후보는 상도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주민회에 찾아갔다. 한시간 안팎의 주민 만남을 끝낸 나 후보는 밤 9시 20분경 지역사무실로 돌아와 다음날을 위한 추가회의 후 하루를 마무리했다.

4년간 원외에서 의견 청취를 해온 나 후보는 지역 밀착형 공약으로 승부를 볼 계획이다. 나 후보의 이번 총선 공약은 △공교육 경쟁력 강화 '교육특구 동작' △ 출퇴근길 편리 '사통팔달 동작', 걸어서 15분 내 편의시설 구축 '15분 행복 동작' △장애인 가족 활동보조 수당·1인 가구 추가 특별공제 신설 등 '든든복지 동작' 등이다.

지역에서의 우세한 여론에도 나 후보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정체 상태에 있고, 정권심판론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경쟁을 펼칠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경찰국 설치에 반발해 정치권으로 입문한 만큼, 나 후보는 정권심판론을 넘어설 인물론을 부각시켜 선거에 임할 방침이다.

나 후보는 동작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도 함께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나 후보는 이번 총선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진인사대천명의 각오로 끝까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며 "동작과 대한민국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진심을 다 하고자 한다. 구민들께서 진심을 알아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잡는 경찰 류삼영

"아이고 잘 오셨어. 우리 동네로 오신다고 해서 우리가 검색도 해보고 언제 오나 기다렸어."

같은날 사당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부부는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게로 들어서자 악수를 청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류 후보는 동작을 현역인 이수진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되면서 지난 1일 전략공천됐다.

류 후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립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하다 좌천성 인사발령을 받고 퇴직했다. 이같은 이력으로 인해 류 후보는 민주당 영입인재 가운데서도 대중에 얼굴을 많이 알린 편에 속한다. 실제 류 후보를 만난 지역주민인 한 50대 남성은 "TV에 많이 나오던데, 나 팬이에요"라며 아는 체를 했고, 한 60대 여성은 "그때 정부에 반대하던 거 잘 됐어요? 잘려서 국회의원 나오는 거에요?"라며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류 후보가 비교적 늦게 공천을 받은 탓에 주민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미용실에서 시술을 받다가 류 후보를 만난 40대 이모씨는 "아이고 일찍 일찍 다니시지, 왜 이렇게 늦게 후보를 선정한거냐"라며 "저쪽 후보는 이미 안 돌아다닌 곳이 없는데 내가 안타까워서 그런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류 후보는 "제가 사과 드리고 늦은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 믿어 달라"며 연신 낮은 자세를 보였다.

류 후보가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명함에는 '검찰 잡는 경찰'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다. 민주당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을 총선의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류 후보는 당내에서도 핵심적인 상징성을 지닌 후보로 여겨진다. 이런 배경이 작용한 듯 이재명 대표는 12일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깜짝 방문해 류 후보를 지원 사격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류 후보는 정의롭고 용기가 있다"며 "서슬퍼런 윤석열 체제에서 윤석열에 대항해서 싸운, 윤 정권 심판에는 정말 딱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류 후보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상도 문화체육타운 조성 △흑석 수변공원조성 '흑석에서 한강까지' 연결통로 개설 △사당-이수-남성 역세권 상업벨트 강화 등을 내걸었다.
류 후보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비유로 들며 "신에게는 40일의 선거 기간이 있다"며 "사즉생 생즉사의 마음으로 정권심판을 반드시 해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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