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달맞이꽃 뿌리 속 물질로 암 면역력을 높였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3 13:52

수정 2024.03.13 14:02

한의학연구원, 면역관문차단제 후보물질 발견
배암차즈기 추출물도 면역세포 활성화에 도움
동물실험 결과 암세포 생존률 50% 이상 감소
달맞이꽃 뿌리에서 분리 정제한 주요 활성 성분인 오에노데인 B이 면역세포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한의학연구원 제공
달맞이꽃 뿌리에서 분리 정제한 주요 활성 성분인 오에노데인 B이 면역세포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한의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 정환석 박사팀이 한약소재인 '달맞이꽃 뿌리'와 곰보배추라 불리는 '배암차즈기'에서 새로운 면역관문차단제 후보물질을 찾았다. 특히 '달맞이꽃뿌리'와 '배암차즈기'의 추출물과 주성분의 효능을 검증, 그 성과를 각각 특허로 등록했다.

면역관문차단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들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을 막고 우리 몸속의 면역체계를 정상적으로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한다.

13일 한의학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진은 기존 면역관문차단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치료제를 찾아내기 위해 수년간 오이풀, 복분자 등과 같은 친숙한 한의소재로부터 후보물질을 찾아왔다.


이중 대장암에 걸린 동물 실험을 통해 달맞이꽃 뿌리 추출물과 그 주성분인 오에노데인 B(Oenothein B)가 면역체계를 조절하고 면역세포를 정상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달맞이꽃 뿌리에서 분리 정제한 주요 활성 성분인 오에노데인 B는 면역관문에 중요한 표적인 인간 PD-L1 단백질과 결합력이 높았다. 연구진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매출 1위인 항체 기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결합력만큼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또, 오에노데인 B와 임상 대장암 항암제를 함께 투여하면 종양면역이 증가하는 효능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오에노데인 B가 천연물 유래 저분자 기반 면역관문차단제 후보물질로서 임상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암차즈기 추출물과 그 주성분인 코스모신(Cosmosiin)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생존률을 낮추게 만든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배암차즈기 추출물과 그 주성분인 코스모신(Cosmosiin)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생존률을 낮추게 만든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다음으로 대장암 세포주를 활용해 배암차즈기 추출물과 그 주성분인 코스모신(Cosmosiin)의 효능도 확인했다. 대장암 세포주와 면역세포인 T세포를 함께 배양한 후 코스모신 성분 투여한 결과, 대조군 대비 150~200% 더 면역기능이 활성화되고, 3종의 암세포주에서 약 50% 이상 암세포 생존율이 감소했다.
즉, 배암차즈기에서 나온 물질이 기존 약물과는 달리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분자인 PD-L1이 생겨나는 것을 막아 T세포를 활성화했다.

정환석 박사는 "우리에게 친숙한 한의약 소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냈다"며 "앞으로도 한의과학을 통해 암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질환의 해결책을 찾고, 인류 보건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와 관련된 논문 2건을 국제전문학술지 '파이토메디슨(Phytomedicine)'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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