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정부 T커머스 신설 움직임에...속내 복잡한 업계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31 13:55

수정 2024.03.31 13:55


롯데홈쇼핑 방송 장면. 롯데홈쇼핑 제공
롯데홈쇼핑 방송 장면. 롯데홈쇼핑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소상공인의 디지털 판로를 개척하겠다며 T커머스 신설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TV홈쇼핑업계와 T커머스업계의 속내가 복잡하다. TV홈쇼핑업계는 "송출수수료 부담만 키운다"며 반대하고 나섰고, T커머스업계는 경쟁자가 늘어나는 만큼 출범 이후 꾸준히 요구해 오던 생방송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3월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소상공인 자생력 높이기 특별위원회는 지난 28일 소상공인의 디지털 판로 확보를 위한 T커머스를 신설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600만개가 넘는 중소기업 숫자를 고려하면 TV홈쇼핑과 T커머스 채널이 더 필요한데, GS샵·CJ온스타일·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NS홈쇼핑 등 TV홈쇼핑 외에 후발주자인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에는 T커머스 사업권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특별위는 소상공인 TV 판로 확대를 위해 T커머스 채널을 신설하는 방안 외에도 지역 유선방송채널의 지역상품 판매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TV를 통해 상품정보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양방향 녹화방송인데, T커머스 채널 신설과 사실상 효과는 같다.


업계는 T커머스 채널 신설로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 자체를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TV 시청률이 갈수록 줄면서 두 업계는 지난해 모두 역성장했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매출이 1조337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3% 줄었다. 영업이익도 693억원으로 4.1% 감소했다. GS샵도 지난해 매출(1조1311억원)과 영업이익(1179억원)이 각각 8.7%, 17.3% 줄었다. SK스토아·KT알파쇼핑·신세계라이브쇼핑·W쇼핑·쇼핑엔티 등 데이터홈쇼핑 5개 업체의 지난해 매출 역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59%, 40% 감소했다.

TV홈쇼핑업계는 T커머스 채널 신설에 따른 송출 수수료 부담 인상을 우려한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케이블·위성·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매년 지불하는 비용이다. TV홈쇼핑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가 생방송을 하게 되면 고객 유입이 중요해지고, 결국 좋은 채널을 얻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져 송출 수수료 부담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공개한 산업지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2013년(9645억원) 대비 2배로 늘었다.

현실적으로 24시간 내내 소상공인 제품으로 방송을 편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송에서 판매되는 물량을 한 번에 납품 가능하고, 팔리지 않는 물건을 재고로 떠안는 부담으로 가져갈 만한 소상공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T커머스업계는 돌파구로 정부의 T커머스 생방송 허용 추진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데, 생방송 허용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T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생방송이 가능해지면 현장 상황에 맞는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져 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이 하나 확보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통신부는 T커머스의 생방송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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