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알테쉬' 침공에 떨고 있는 이커머스...'역직구'로 해답 찾을까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5 06:00

수정 2024.03.15 18:07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국내 플랫폼을 인수한 큐텐은 최근 미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며 유력한 역직구 채널로 부상했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국내 플랫폼을 인수한 큐텐은 최근 미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며 유력한 역직구 채널로 부상했다.

[파이낸셜뉴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을 등에 업은 중국 셀러들이 국내 유통 시장을 공습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활동하던 판매자들이 '역직구'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 플랫폼과는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해외 수출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국내 브랜드와 제조사들의 판로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품을 해외로 판매하는 역직구 지원 능력이 이커머스 플랫폼의 주요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가격 경쟁 어려워...中상품 판매자 고사 위기

15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플랫폼들의 국내 진출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유통 시장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통기업의 모든 신규 사업이 알리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될 정도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방어보다 오히려 중국 셀러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형세도 관측된다.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오히려 중국 우수 셀러 확보가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플랫폼 역차별을 근거로 해외 플랫폼 제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부 규제가 국내 유통 시장을 보호하는 울타리를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직구 시장 및 관세 영역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활성화 중인 국가간 이커머스에 무작정 장벽을 쌓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 또한 중국 이커머스 사업자를 저지하는데 한계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국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으로 등록하는 등 현지화에 적극적이라 이 같은 규제 대상에서 빗겨나갈 가능성도 있다.

중국발 이커머스의 국내 침투로 피해가 큰 곳은 국내 플랫폼보다 중국발 상품을 유통해서 팔던 셀러들과 중국 OEM으로 상품을 생산하던 제조사들이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청 인허가 데이터 기준, 지난해 인터넷 통신판매업체의 폐업 신고는 이전해 대비 2만건 넘게 급증한 7만 8580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내 생산 기반을 갖고 있는 중국 셀러가 원가 수준으로 경쟁해오면서 중국산 제품을 사입해 팔던 개인판매자와 중국 OEM생산하던 제조사들은 더욱 설자리가 없어졌다.

국내 제품 해외로 직판하는 '역직구' 중요성↑

이에 국내 이커머스 셀러와 제조업의 판로 확대를 위해 '역직구'가 유일한 탈출구로 떠올랐다.

주로 규모가 있는 제조사나 현지에 기반을 둬 직접 진출이 가능한 업체가 아니라면 역직구는 아마존, 이베이, 쇼피 같은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통해서 이뤄진다. 국내에 직영몰과 오픈마켓을 입점하고 별도로 아마존, 이베이 등에 입점해야 가능한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의 경우, 이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곳이 없어 해외 사업자에 의존해야 되는 상황이다.

다행히 국내 플랫폼들도 역직구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빠르게 통로를 열고 있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국내 플랫폼을 인수한 싱가포르 기반의 크로스보더 플랫폼 큐텐은 최근 미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도 인수했다. 위시는 사실상 전세계에 상품판매와 배송이 가능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북미와 유럽에서 매출이 80%를 넘는 등, 국내 셀러들의 주요 판매 희망 국가에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 이베이를 통해서만 판매 가능하던 판매 루트를 새롭게 연 셈이어서 위시 인수에 아마존 한국 셀러들이 가장 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이 단숨에 국내 셀러들의 유력한 역직구 채널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 등 국내 플랫폼 입점 파트너들은 큐텐을 통한 해외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다. 티몬 측은 위시 통합과 더불어 셀러들의 반응도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해외 기반을 갖춘 국내 사업자들의 움직임도 귀추가 주목된다. 쿠팡의 파페치 인수는 물류업계에서 단순히 명품 확보가 아니라 현지 소비자와 채널을 확보한 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파페치로 얻은 인프라를 역직구에 활용하는 시도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역시 미국과 유럽에 각각 C2C플랫폼인 포쉬마크와 왈라팝을 보유하고있다.
일본 이커머스 시장 4위 플랫폼인 야후 재팬도 네이버가 대주주인 Z홀딩스의 소유다. 이를 활용한 역직구 전략들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셀러 확보는 대부분 오픈마켓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며 "역직구 가능성이 셀러들의 입점에 있어 핵심 조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역직구 역량 확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