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병원

대항병원 이두석 원장 "대화 통한 단계적 증원이 최선"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7 13:31

수정 2024.03.17 13:31

대항병원 이두석 원장 인터뷰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대항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강규민 기자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대항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강규민 기자
대항병원 이두석 원장. 대항병원 제공
대항병원 이두석 원장. 대항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현재 한번에 의대 정원 2000명을 늘릴 수 있는 인프라가 형성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증원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대장항문 전문병원 대항병원의 이두석 원장은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장기화되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항병원은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제5기 대장항문 전문병원으로 2차 병원에 속한다.


이 원장은 "결국 의대생들을 교육하고 키워나가는 주체가 의사들이고 교수들인데, 그들이 준비 안 됐다고 하는데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전공의 수를 늘려도 그 효과는 10년 후에나 나타날 것이므로 1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정부와 의사들의 대화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군의관들과 공보의를 파견하는 등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교수들이 현장을 떠나면 의료붕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의료대란으로 2차 병원인 대항병원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과거 대학병원들이 공룡화되기 전인 2010년 수준에 가깝게 회복했다. 대항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암, 중증질환, 응급질환에 대한 진료건수는 323건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467건으로 전년도 대비 45% 급증했다.

일주일에 3건 정도 있던 수술도 9건 정도로 3배 이상 늘었다.

이 원장은 "대학병원들이 규모를 키우면서 전문병원들의 환자가 줄어 재정적으로 힘들어졌으나, 이번 사태 이후 전문병원을 찾는 환자가 전성기 수준으로 늘어났다"며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협력병원들에서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을 보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 원장은 정부의 이번 정원 확대 주장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대학병원의 경우 이번 의료대란으로 수십억씩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것은 결국 정부 지원책 없이 병원만 운영해서는 굉장히 돈 벌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라며 "이번 의료대란을 계기로 그동안 전공의를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한 병원 운영구조를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에서 밀려있는 환자들을 2차병원으로 연계해주는 체계가 자리잡으면 모두 윈윈하는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의사 수는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한번에 2000명을 늘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며 단계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늘려나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0년 대항병원의 대장암 순위는 국내 9위로, 당시 10위인 서울성모병원보다 높았다. 이후 대학병원들이 암병동을 설립하고 각종 교육프로그램 등 인프라를 구축하며 체계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대항병원의 환자수는 꾸준히 줄어들었다.

과거 대학병원들과 전문병원과의 차별성은 빠른 수술 예약이었다.
당시 대학병원에서 암수술을 하려면 기본 1개월에서 최대 3개월 이상 대기해야 했는데, 한시라도 빨리 수술 및 치료에 돌입해야 하는 암환자의 입장에서는 대기하다가 암의 병기가 달라지기도 했다. 전문병원은 원스톱 시스템을 통해 주치의가 내시경부터 수술까지 진행하며 환자들을 1대 1로 전담하다보니 대학병원과 견줄 수 있었다.
대학병원들이 암병동을 설립하고 환자위주의 체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2010년 기준으로 한달에 400건 있던 수술이 10년새 4분의 1로 감소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