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파묘' '건국전쟁', 직접 보니 실망...이념논쟁에 가려진 관람평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6 05:00

수정 2024.03.16 05:00

서울 한 영화관에 '파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한 영화관에 '파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극장가에서 최대 흥행작으로 우뚝 선 영화 '파묘'와 화제작 '건국전쟁'을 두고 일부 관람객들이 재평가에 나서고 있다. 외적인 요인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작품에 대한 본질적 평가를 내릴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파묘' 1000만 바라보지만, 평점은 8점대
1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파묘'는 지난 14일 하루 10만5000여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누적 관객수는 850만명을 넘겼고 이번 주말 900만명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파묘'는 '검은 사제들'로 대중성을 인정 받은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occult) 영화다. 마니아층의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파묘'의 이번 흥행을 두고 "예상밖의 선전"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파묘'의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8.23, 네티즌 평점은 8.01점을 기록 중이다. 최단 기간 1000만 관객 달성 기록마저 거론됐던 영화 치곤 다소 낮은 평가다. 앞서 관객 1300만명을 동원했던 '서울의 봄' 네이버 평점은 9.51에 달한다.

한 네티즌은 "초반 긴장감과 극 전개는 훌륭했다"면서도 "중반부 이후 다소 무리한 설정이 몰입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일본 귀신'이 극 중·후반부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고 긴장감 넘쳤던 흐름이 다소 난해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설정을 중심으로 관객들의 평가가 최근 엇갈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일본'을 배척한다는 설정에 열광한 묻지마 관람 형태가 영화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진보 성향의 영화'라는 억측까지 쏟아지고 있다.

재미 측면에서 평가 받아야 할 상업영화가 반일, 진보 색채 등 정치 영역에 휘말리면서 영화를 영화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파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은 이전에 한국 영화계에서 시도하기 어려웠던 오컬트 장르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며 "작품에 대한 평가 외에 정치 성향 등 외적 기준이 투입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영화관 발권기 화면에 영화 '건국전쟁'의 상영시간과 잔여좌석이 안내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영화관 발권기 화면에 영화 '건국전쟁'의 상영시간과 잔여좌석이 안내되고 있다. 사진=뉴스1

■'건국전쟁' 평점이 거의 만점이라고(?)
'건국전쟁'의 네이버 평점은 실관람객이 무려 9.63에 달한다. 네티즌 평점도 8.78로 '파묘'보다 높다.

'건국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누적 관객수 115만명을 기록했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한반도가 이념의 가치로 분리된 시절,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고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는지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작품성을 떠나 정치권에서 먼저 관심을 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여야가 앞다퉈 관람평을 내고 역사왜곡 논쟁까지 벌어지면서 진영 간의 힘 겨루기까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국전쟁'에 대해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언급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여권 인사들도 잇따라 영화 관람평을 올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관람평에 대해 "하다 하다 독재, 부패, 부정선거의 결과 4.19 혁명으로 몰락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하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거짓된 역사가 진실이 될 수 없다"며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건국전쟁'을 관람한 한 관람객은 "워낙 평점이 높아 사실감 있고 현장감 있는 다큐멘터리 전개를 기대했지만, 대부분 인터뷰를 인용한 전개로 식상함을 느꼈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람객은 "이 전 대통령의 숨겨진 노력 등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좋았지만 역사왜곡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서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무엇이 진실인지 아직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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