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공계 女박사들, 어디로 갔나 [최효선의 수담활론]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7 06:00

수정 2024.03.17 06:00

최효선 광개토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이공계 박사 여성, 절반 이상 이탈
출산,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과학기술분야 女취업률 매우 낮아
이공계 女박사들, 어디로 갔나 [최효선의 수담활론]

[파이낸셜뉴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과학기술은 사회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며 이를 위해 과학기술 분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비전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대한민국이 기술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나서기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의 과학기술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고 활용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성들이 대학 이상의 고등 교육을 받는 비율은 매우 높지만 이들의 취업률과 사회적 성취도는 매우 낮아서 애써 양성한 고급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이공계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 중 절반에 이르는 비율이 연구현장을 떠났다는 결과가 나왔다. 과학계 여성인력 이탈현상은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과 현장 미복귀가 그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어 여성, 보육, 과학교육, 고용, 과학계의 문화를 아우르는 정책이 종합적으로 해결책으로 제공돼야 한다. 나아가 과학기술계의 발전과 다양성을 위해서도 여성인력이 시스템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취업률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교육 정도에 비해 매우 낮고 비정규직, 하위직 종사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

뉴시스
뉴시스

그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여성의 리더십은 팀워크과 진정성 등에서 남성보다 뒤처지지 않음에도 여전히 여성의 리더십이 남성에 비해 부족하다는 편견이 일반적이다. 또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일보다는 가정에 중심을 둔다는 인식도 지배적이며 그렇게 행동할 것을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다. 여성들은 일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다는 미안한 마음과 자기 성장을 위한 시간과 비용투자를 하는 경우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학습된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어 여성들은 자기를 증명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며,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여성리더십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젊은 여성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휴렛팩커드 내부 보고서를 살펴보면 남성은 자격 요건의 60%만 충족해도 취업,승진에 지원하지만, 여성은 100% 충족해야 지원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젊은 여성인재들은 남성 동료들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기회를 갖지 않거나 갖지 못하게 된다.

루즈벨트 여사의 명언 중에 ‘여성은 차와 같아서, 뜨거운 물에 넣어보지 않으면 그 차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여성인재들에게 잠재된 능력과 자질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도전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계에서도 젊은 여성들에게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선배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여성인재의 경력단절을 방지하고 인구절벽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가정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사회공동체가 함께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지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국가차원의 보육정책을 통하여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인식을 변화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여성의 영역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각급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에서 성평등적인 교육과 여성연구자의 연구 활동을 보장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성장의 사다리를 용기 있게 올라서는 여성인재들이 많아질수록 국가의 미래와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최효선 광개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