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공보의 수백명 상급종합병원 차출... 농어촌 주민들도 '의료공백' 불똥 [현장르포]

강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7 18:17

수정 2024.03.17 18:17

길어지는 의료대란
텅 빈 지역 보건지소
진료 가능한 수요일만 환자 몰려
사태 장기화땐 업무과중 등 불가피
지난 14일 전북 정읍 감곡보건지소 입구에 공보의 파견에 따른 진료 일정 변경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강인 기자
지난 14일 전북 정읍 감곡보건지소 입구에 공보의 파견에 따른 진료 일정 변경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강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읍=강인 기자】 의료 취약지역에서 근무해왔던 공중보건의 수백명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차출되면서 의료사태가 농어촌 지역으로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중보건의는 병역 대신 3년 동안 농어촌 같은 의료 취약지역에서 공중보건 업무를 맡는 의사를 말한다. 보통 공보의라 줄여 부른다. 정부는 의료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보의와 군의관들을 차출해 전공의들이 이탈한 전국 민간 대형병원 등으로 배치 중이다.
정부는 이번주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158명을 전국 민간병원에 배치한 데 이어 다음주에 추가로 250명을 차출할 계획이다.

전북에서는 공보의 155명 중 10명이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 등으로 파견됐다. 각 상급병원에서는 의료공백 사태에 공보의 추가 파견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 많은 보건소와 보건지소 공보의가 파견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공보의가 차출된 전북 정읍 감곡보건지소를 찾았다. 보건지소는 평소와 달리 텅 빈 모습이었다. 평소 하루 수십명의 환자가 내원해 진료를 받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보건지소 진료실은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행정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환자를 진료할 공보의는 전북대병원으로 파견을 나간 상태였다. 환자가 찾아와도 진료할 의사가 없는 것이다. 해당 보건지소는 일주일 중 수요일만 공보의가 파견에서 돌아와 진료를 보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돌봐야 할 환자가 하루 동안 몰리면 업무가 과중될 수밖에 없다.

보건지소 출입문에는 공보의 파견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안내문은 '공중보건의 전북대학병원 비상진료 파견으로 3월 11일~4월 5일까지 보건지소 진료업무는 매주 수요일에 진료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다만 당초 우려와 달리 공보의 부재로 혼란스러운 사태는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공보의 파견을 준비하며 행정당국이 각 마을마다 이장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상황을 미리 전파했기 때문이다. 보건지소 인근에 있는 감곡면사무소에서도 공보의 부재에 따른 혼돈은 없다고 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보건지소 문제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주민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대 증원에 대한 사안에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공보의 부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보건지소 관계자는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는 아니지만, 공보의 진료가 있는 날에는 환자들이 몰려 정신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당장은 괜찮은 거 같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kang123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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