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범행 현장에 범인이 없다?"..초등생 성착취물 찍은 20대男에 재판부 '고민'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8 08:52

수정 2024.03.18 08:52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브 계정을 주겠다며 초등학교 3~4학년 여학생들을 유인해 성착취물을 제작·배포해 검찰로부터 징역 20년을 구형받은 20대 남성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범행 현장에 범인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박정호)는 지난 16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21·남)에 대한 13차 공판을 열었다.

A씨는 2021년 7월 10대 등 다수가 주로 시청하는 유튜브 영상에 ‘구독자 수가 많은 계정을 무료로 준다’는 댓글을 달고 이를 보고 접근한 B양 등 10대 4명의 신체노출 영상을 촬영하고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피해아동들에게 “열온도를 체크하는 앱을 테스트 하면 무료계정을 주겠다”고 속여 아동들의 휴대폰에 원격조정 앱을 설치하게 했다.

이후 테스트를 빌미로 옷을 벗게 해 원격조정앱으로 신체노출 영상을 몰래 촬영하는 등 범행을 이어갔다.
여기에 피해아동들에게 “계정을 판매하겠다”고 속여 상품권 등 130만원 상당을 뺏기도 했다.

A씨는 또 피해아동들의 부모에게 연락해 “1억원을 주지 않으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갈취하려고 시도했다.

협박을 받은 피해아동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 지난 2022년 9월 경기남부경찰청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이 공조해 A씨를 지난해 2월 국내로 송환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재판에 넘겨진 후 해킹범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범행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해킹범의 존재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A씨는 선고를 앞두고 지난해 9월 구속 상태에서 풀려났다. 재판부는 다만 A씨에게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지 말 것과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 주거지에서 24시간 상주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현재 재판부는 A씨의 휴대폰에 해킹 프로그램 설치 흔적 등이 남아있는지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박정호 부장판사는 “범인이 현장에 없었다는 것과 논리적으로 비슷하다”라며 “범행이 어느 정도까지 입증 되는지에 따라 어디까지가 유죄이고 어디까지가 무죄인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범행 현장이 물리적 현장이 아닌, 디지털 이슈와 관련된 새로운 이슈라 재판부도 깊게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기일은 4월 17일 열린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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