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저에게 고민 상담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종종 있는 일이랍니다. "
자신도 모르게 결혼이니 사회생활이니 시시콜콜한 고민을 털어놓은 후 스스로 당황한 기자에게 이금희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서울 여의도 KBS에서, [아나:바다]의 첫 주인공으로 이금희를 만났다.
1989년 KBS 아나운서로 시작한 방송 인생. 꿈꾸던 아나운서가 되어 '끝'은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려온 KBS에서의 11년, 그리고 18년간 전 국민의 아침을 함께 했던 '아침마당', 또 소통과 진심을 최우선으로 거쳐온 라디오들이 이금희의 바탕이 되었다. '아침마당' 이후에는 새로운 것도 도전해 보는 유연함으로 삶을 더욱 다채롭게 칠하고 있다.
"안 되면 어때요, 도전했으니까 안 되는 것도 알 수 있었잖아요." 이금희는 웃었다. 평생 방송인으로 살고 싶다는 이금희가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KBS에서 만났다. 2000년 퇴사했지만 '아침마당'을 2016년까지 했고 지금도 라디오('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를 진행하러 매일 오는 곳 아닌가. KBS는 어떤 곳인가.
▶나에게는 매일 출근하는 직장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도 모두 꽤 오래 일하고 있는 분들이다.(KBS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편안한 곳이기도 할 것 같다.
▶그건 또 다른 이야기이지 않을까. 일로서는 당연히 편안하고 좋다. 아나운서 시절에는 정말 정년퇴직할 때까지 다닌다는 마음으로 다녔다. 오래 다닐 줄 알았는데 그만두게 되면서 그 후로는 마음가짐이 전과 같다고는 하기 어렵다. 프리랜서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
-'아침마당' 이후 '거침마당'으로 다시 방송을 시작했고 최근 '유퀴즈', 유튜브 마이금희, 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 '로기완' 제작보고회를 진행했다.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처음 일해본 것이다. 내게는 새로운 프로젝트였는데 긴장되면서도 재미있더라. '도전'을 의식하며 일한 것은 아닌데 주변에서 의외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해주더라. ('거침마당'도) 카카오TV에서 제안받은 건데 듣자마자 재미있을 것 같더라. 바로 '네 할게요'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 흥미로웠다. 도전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출연한 후에 '잘 안됐으면 어쩔 뻔했냐'고 하더라. 그러게, 그 생각은 못 했다.(웃음) 안 되면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안 된다는 것도 해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까.
-원래 성격도 그런가, 아니면 프리랜서가 된 이후의 변화인가.
▶생각해 보면 원래 그런 것 같다. '아침마당' 그만두고 '거침마당'을 하기까지 5년 정도 걸렸다. 그사이에 제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침마당'과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18년을 했는데 내가 또 할 것이 있을까, 출연자들도 비슷한 분들일 거고, 구성도 그렇지 않을까. 흥미가 생기지 않는 거다. '거침마당'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어서 좋았다. 18년간 해온 교양 MC 이미지를 버리고 예능을 한다? 안 해봤던 거도 해봐야 맞는지 안다. 새로운 분야에서 신인이 되는 건 두렵지 않다. 안 되면 별수 없는 거고. (웃음)
-2000년에 퇴사했다. 향후 활동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나.
▶당시는 건강 문제로 퇴사한 거다. 2000년은 정말 일이 몰리는 시기였다. 밀레니엄 특집,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하루하루가 특집방송이었다. 일간 방송에 주간 방송에 수많은 특집 프로그램을 맡았다. 모두 감사한 기회였지만 정말 피로가 심하게 누적된 상태였다. 하루에 생방송을 세 번씩 했고 완전히 지치더라. 회사 생활을 10년 넘게 하면서 한 번도 '못하겠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그때 처음 못하겠다고 했다. '생방송이 세 개에 녹화까지 다섯 개다'라며 못하겠다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다 생방송을 하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어지럽고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였던 적이 있다. FD에게 신호를 보내고 주저앉아 있다가 클로징 멘트만 하고 곧바로 병원을 갔다. 의사가 '당장 모든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태'라고 하더라. 의학적으로 쇼크라고. 퇴사는 당시 나로서는 다음에 뭘 할까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을 생각할 수도 없는 상태여서 선택한 것이었다. 제일 먼저 헬스클럽을 등록했다. 나한테는 정말 '쉼'과 회복이 필요했다. 휴게실에 가서 자더라도 헬스클럽에 갔다.
-퇴사 후 어땠나. 2016년에 '아침마당'에서 하차한 것도 큰 변화였을 것 같다.
▶2000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상상도 하지 못한 환경이 된 거다.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내게 큰 변화는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었고 '아침마당'을 그만둔 것은 오히려 큰 변화는 아니었다. 내게 정말 많은 변화를 준 것은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말하기를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걸 선배가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20년 이상 강의했으니 그 경험도 담아달라고 하더라. 젊은 세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냈는데 그 뒤로 정말 많은 강연 요청을 받았다. 세대 간 소통에 대해 그리고 말하기에 대해 강연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소통한다. 방송과 강연 주요 활동 분야가 된 두 곳이 된, 아주 큰 변화였다.
-유튜브 채널 '마이금희' 소통도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 시장으로 도전했는데.
▶요즘은 유튜브라는 게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나도 많이 본다. 비방송인들도 유튜브에서 방송하지 않나. 정보도 있고 재미도 있다. 내 개인 방송국 같은 곳인데 인터뷰 콘텐츠를 많이 하려고 한다. 북토크나 뮤지컬 관련 토크 등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올해 벌써 책을 12권이나 읽었다. 내게도 좋은 영향이 있고 일하는 것도 즐겁다.
<【아나:바다】이금희 편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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