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엄마 찾다가 실종된 5살, 유전자검사로 40년만에 모자 상봉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8 17:10

수정 2024.03.18 17:10

무연고 해외입양인 유전자 검사 제도 2020년부터 운영해 5번째 가족 찾아 "가족 못찾은 해외입양인에 널리 알려야"
5살에 실종돼 미국에 입양됐던 박동수씨가 40년 만에 어머니 이애연씨와 화상으로 상봉하고 있다. 사진=경찰청
5살에 실종돼 미국에 입양됐던 박동수씨가 40년 만에 어머니 이애연씨와 화상으로 상봉하고 있다. 사진=경찰청


[파이낸셜뉴스] 5살 때 어머니를 찾겠다고 집을 나갔다가 실종된 뒤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40년 만에 친모를 찾았다.

경찰청과 재외동포청·아동권리보장원은 미국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박동수씨(45)가 친모 이애연씨(83) 등 친가족과 화상으로 상봉했다고 18일 밝혔다.

정부는 2020년부터 34개 재외공관을 통해 무연고 해외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해 한국 실종자 가족과 대조하는 유전자 검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가족을 찾은 사례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씨는 1980년 박씨를 포함한 4남매를 경남 김해의 큰집에 맡겼다. 그런데 박씨는 1984년 '엄마를 찾으러 간다'며 집을 나갔다가 실종돼 보호시설과 입양기관을 거쳐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2001년 대학교 3학년이던 박씨는 입양 후 한국을 처음 방문해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 입양기관을 방문했지만 정보를 얻지 못했다.

미국에 돌아갔던 박씨는 2012년 재입국해 계명대 어학당에 다니면서 경찰서를 방문해 유전자를 채취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유전자가 일치하는 가족이 없어 박씨는 결국 2016년 미국으로 귀국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21년 10월, 박씨의 친형 진수씨가 '실종된 두 남매를 찾고 싶다'고 실종신고를 하면서 모친의 DNA를 등록했다. 이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박씨와 모친이 친자관계일 가능성이 크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박씨가 미국으로 떠난 지 오래돼 남은 연락처가 없는 상황에서 제주경찰청은 박씨의 소재를 확인하기 위해 미제수사팀으로 사건을 이관했다. 수사팀은 출입국관리청의 협조와 누리 소통망 조사를 통해 박씨의 미국 거주지를 확인했다. 주 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협조한 끝에 유전자 재감정을 실시, 지난 2월 모자 관계가 최종 확인됐다. 당장 입국하기 어려운 박씨 사정을 고려해 요양시설에 입소 중인 모친 이씨와 화상 상봉이 이뤄졌다.

박씨는 "친가족과 재회하게 된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신 경찰, 영사관, 아동권리보장원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한국의 유전자 검사제도를 모르는 해외입양인들에게 내 사례를 널리 알려 가족을 찾지 못한 입양인들이 오랜 염원을 이룰 기회를 얻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형 진수 씨도 "하루빨리 동생을 찾을 수 있게 해달라며 날마다 기도했는데, 유전자검사 제도 덕분에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아직 찾지 못한 여동생 박진미(47)도 찾을 수 있도록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유전자 분석은 첨단 유전기술을 통해 장기실종아동 등을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로 더 많은 실종아동을 찾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며 "장기실종아동 발견을 위해 유전자검사 고도화 등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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