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원 판결 효력있는 제소前 화해…임대차 분쟁 안전판 역할 '톡톡' [최우석 기자의 로이슈]

최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8 18:27

수정 2024.03.18 18:27

노후 대비를 위해 작은 상가를 매수한 A씨. 그는 매월 따박따박 임차인 월세를 받는다는 꿈에 부풀었지지만 곧 근심이 쌓였다. 수익형 부동산 커뮤니티를 찾아보자 "월세 든 상인이 세도 제때 내지 않고 기한이 만료돼도 안나간다"는 글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상가 보유자는 세입자에게 명도소송을 통해 겨우 내보냈다고 토로했다. 법으로 세입자와의 트러블을 원천 차단할 방법은 없을까.

'송사 3년에 기둥뿌리 빠진다'는 옛말이 있듯이 서양에도 '양을 위해 소송을 벌이면 소를 잃게 된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송은 오래가고 돈도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분쟁이 현실화됐을 때는 그만큼 회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소송으로 비화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사법적 제도가 있다. '제소전 화해'라는 시스템이다. 쉽게 풀이하면 말 그대로 제소,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예상되는 분쟁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사전 합의서'라 할 수 있다. 위 사례 외에도 각종 분쟁을 대비해서 적용할 수 있다. 제소전 화해조서에는 분쟁이 예상되는 내용을 적고, 이에 대해 어떻게 해결한다는 내용을 적을 수 있다. 이후 적은대로 분쟁이 발생해 내용이 인정되면 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상가임차인이 3개월치 차임을 연체하면 즉시 상가를 임대인에게 명도한다'는 내용을 제소전 화해 조서에 적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3개월치 차임 연체 관련 자료만 법원에 내면 집행문을 받아 강제로 상가를 명도 받아 올 수 있다. A씨도 마찬가지다. 임대차 계약 단계에서 서로 합의하에 제소전 화해 조서를 쓰고, '임대인은 임차인과 임대차계약 체결시에 3개월 연속 연체시 상가를 명도한다'는 내용을 담으면 해당 조건 발생시 상가를 명도 받아 새로운 임차인을 들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제소전 화해도 민사소송법상 단독판사의 관할이다. 법원에 의한 정식 사법 서비스를 반드시 거친다. 임대인의 경우 임차인이 화해기일에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임대인이 임차인의 변호사 선임과 그 비용을 대신 지급하기도 한다. 제소전 화해 법률대리인 선임비용은 신청사건이고 쟁점이 없어 다소 저렴하다.


법원의 판사는 신청 내용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신청인과 피신청인으로부터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고, 그들이 내용이 맞는다고 인정하면 그대로 조서를 내린다. 다만 제소전 화해를 법원에 신청해야 하는데 현재 판사 부족 현실로 인해 제소전 화해를 법원에 신청하고 판사 얼굴을 보는 데 최소 6개월은 걸린다.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제소전 화해 업무를 공증인가 법무법인 등에 맡겨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일부에서 나온다.

wschoi@fnnews.com 법조전문기자·변호사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