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정 의료개혁 뜻 다르지 않아… 공정한 보상체계 제시"[의료사태 장기화]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8 18:33

수정 2024.03.18 21:17

정부 '행위별 수가제' 전면 개편
필수의료 분야 제대로 보상키로
미복귀 의사 대상 법적절차 속도
전공의 1308명에 업무명령 공시
의협 간부 첫 면허정지 통보도
의대 증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8일 오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두고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8일 오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대해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사직서 제출을 예고했지만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는 흔들림이 없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이탈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면서도 주요 병원 병원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수가 보상체계를 개편하는 등 '비상진료대책' 고도화에 나섰다.

■비상진료대책 고도화, 수가제도 개편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을 두고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정부는 전공의, 병원장, 현장 의료진, 학계 관계자 등 여러 그룹과 여러 채널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서울 주요 5대 병원장과 간담회를 진행한 후 19일은 국립대 병원장들과 간담회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통의 과정에서 의료개혁에 대한 생각은 정부와 의료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개혁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증원 문제로 갈등을 지속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보건의료의 미래를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간담회를 통해 비상진료체계 운영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애로사항을 세심하게 청취할 예정이다. 또 정부의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최대한 신속하게 방안을 마련해 대응할 예정이다. 이날 정부는 의료개혁 성공을 위한 건강보험의 공정한 보상체계 방안을 설명했다.

박 차관은 "우리나라 수가제도는 모든 개별행위에 단가를 정해 지불하는 행위별 수가를 근간으로 하는데, 이 수가제는 지불의 정확도는 높지만 행위량을 늘려야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치료 결과보다는 각종 검사와 처치 등 행위량을 늘리는 데 집중, 치료 성과나 의료비 지출 증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가치기반 지불제도'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대가치의 조정을 제때 이루지 못하는 현행 상대가치 수가제도를 전면 개편해 신속하게 재조정하는 기전을 갖춘다. 대기시간, 업무 난이도, 위험도 등 필수의료 특성을 반영해 소아·분만 등 저출산으로 인한 저수익 분야의 사후보상제도와 네트워크 보상 등 '보완형 공공정책 수가'를 마련한다.

또 행위량보다는 최종적인 건강 결과나 통합적인 건강관리 등에 대해 보상하는 성과나 가치기반의 '대안적이고 혁신적인 지불제도'를 지속해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상대가치는 의료비용에 대한 분석 조사 결과보다는 각 전문과목별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된 측면을 반영, 전면적 개편을 한다. 올해부터 제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적용해 2년 주기로 상대가치 개편에 나선다. 3차에서는 중증수술 분야의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 수준을 높였고 4차에서는 필수의료 분야의 입원·수술·처치에 대한 보상을 늘린다.

■"의대 교수 사직, 국민 납득 못할 것"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현장 이탈에 대해 우려하면서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교수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의대 교수들은 의사로서 환자 곁을 지켜야 하며, 교육자로서 제자들에게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며 "현장을 이탈한 제자를 지키기 위해 생사를 다투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을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 생명을 두고 협상을 해서는 안 되고 교수들이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지 말라"며 "정부는 의료계 등 각계와 더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의대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정책에 반발해 오는 25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발생한 의료공백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먼저 '의대 증원 2000명' 수치를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다만 이에 대해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은 현재와 미래의 의사 수 부족을 고려하면 오히려 부족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수준에서 조정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이 정도 수준의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대한의사협회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과 김택우 비대위원장에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4월 15일부터 3개월간 의사 면허가 정지된다. 이는 의정 갈등 속에서 나온 첫 면허 정지 사례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법적 절차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날 정부는 현장 이탈 전공의 등 1308명에 즉시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보건복지부 누리집에는 장관 명의로 이들 의사에게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을 공시 송달한다는 공고가 대상자 목록과 함께 게시됐다.
복지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 명령을 거부하면 의료법에 따라 처분·형사고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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