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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숨가쁜 자본시장 그리고 총선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8 18:34

수정 2024.03.18 18:55

김병덕 증권부 부장
김병덕 증권부 부장

지난해 4월 24일 오전 갑자기 서울 여의도 증권가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개장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느닷없이 8개 종목이 동시에 하한가로 추락했고, 다수의 종목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부른 원인은 한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쏟아진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물량으로 파악됐다. 이날의 충격파는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일부 종목은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이어가며 투자자들을 낭떠러지로 떠밀었고, 주식시장 전반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CFD 사태'의 여파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감독당국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긴급 소집했고, CFD 계좌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CFD 사태 관련 발표와 제도개선 요구가 잇따르기도 했다.

여기에 검찰까지 가세하면서 이 사태에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56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이들이 주가조작으로 벌어들인 부당이익은 730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CFD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주가조작까지 저지른 이 사건은 모든 언론사들이 최우선으로 다룰 정도로 사회적인 파장이 컸다.

하지만 자본시장에 큰 상처를 냈던 CFD 주가조작 사태는 국정감사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여야 모두 단 한 명의 국감 증인 출석요청도 없었다. 'CFD 관련 증인채택이 왜 없느냐'는 질문에 한 의원실 관계자의 답변은 기가 막혔다. "너무 어려운 주제라 의원님 중에 그걸 제대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없다시피 해서요"라는 답변이었다.

사실 CFD는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주식시장에서도 관심권 밖에 있던 상품이 맞았다. 장외파생상품이라는 특성상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었다. 하지만 수개월 동안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를 뒤흔들었던 사건이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어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국회의원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사실 상당수 후보들이 경제 전문가를 자처할 정도로 선거에서는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표심에 높은 점수를 주는 요인이다. 실제로 그럴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올라온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직업별 현황을 찾아봤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자 중 가장 많은 직업군은 정치인과 국회의원으로 각각 559명과 221명이다. 변호사가 126명으로 뒤를 이었고 교육자가 88명, 상업 32명, 회사원이 26명으로 뒤를 이었다.

금융계 출신 예비후보는 몇 명이었을까. 믿기 힘들겠지만 단 1명이었다. 예비후보 등록이 0명인 광공업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숫자다. 예비후보 풀이 이런 상황에서 과연 22대 국회에 현장을 아는 제대로 된 '경제통'이 나올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당면한 자본시장의 현안을 생각하면 더더욱 걱정이 앞선다. 현재 자본시장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비롯해 공매도, 가상자산, 금융투자소득세, 토큰증권 등 민감한 사안이 산적해 있다. 법안 통과나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또다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슈들이다. 실물경제를 제대로 알고 밀어붙일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재산증식의 무게추가 금융·증권시장으로 급격하게 넘어오는 과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가상자산, 해외주식 등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발을 내딛는 국민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22대 국회에는 또 어떤 자본시장의 폭풍이 불어닥칠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제도나 상품구조가 너무 어려워 손을 대기 곤란하다는 식의 반응은 앞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시장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후보에 대한 투자자들의 한 표를 기대해 본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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