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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유권자들 고민 풀어주면 선거 이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19 18:40

수정 2024.03.19 18:40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거리에 붙은 현수막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지역 현안에 대한 공약이 대부분이며, 국회의원 선거에 걸맞은 국가적 현안에 대한 공약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다. 각 당 차원에서 발표한 선거공약도 여당은 연금개혁 등 국가적 과제에 대한 공약보다는 소소한 행복공약들을 제시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10대 공약이 중요한 국가과제라면, 과연 21대 국회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을 만큼 신뢰성이 낮은 공약(空約)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각 당의 공식적인 공약 비교보다는 여당의 '운동권 청산론'과 야당의 '정권 심판론' 간의 선택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운동권 중심의 거대 야당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에서 윤 정부가 지난 2년간 제출한 법률안 중에서 국회를 통과한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윤 정부는 큰소리만 쳤을 뿐 거대야당의 반대로 국정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는 식물정부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즉 정부가 정책들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국회가 구성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당 후보들을 지지하는 것이 타당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도 일방통행식 국정 추진으로 충돌을 빚고 있는 윤 정부가 여대야소 국회가 되면 국정을 어떻게 추진할지가 명백한 만큼 여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윤 정부의 남은 3년에도 여소야대 국회가 지속된다면, 국정 추진이 심각한 어려움에 빠질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세계의 안보와 경제구도가 요동치고, 첨단기술의 주도권을 놓고 각국이 촌각을 다투는 시대에 식물정부를 지속한다는 것은 국익에 심각한 손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국민들도 모르지 않는다. 따라서 윤 정부에 대한 실망감만으로 국정 방해만 할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더구나 또 앞으로 4년 방탄국회가 지속될 가능성은 유권자의 속을 더욱 불편하게 한다.

이런 고려들이 보수든 진보든 유권자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더 주목해야 할 엄정한 사실이 있다. 시대적으로 22대 국회는 저성장과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라는 점이다. 통계청의 최근 인구전망에 따르면 2023년 대비 2027년 간에 총인구는 17만8000명, 경제활동인구는 138만8000명이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16만1000명 증가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것은 경제의 저성장과 고령화 속도가 높아짐으로 인해 복지지출 압력이 증대되는 반면 경제의 저성장으로 재정부담 능력은 저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재정부담과 지출배분을 둘러싸고 세대 간, 계층 간 대립과 갈등이 첨예해지고,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가 풀어야 할 국정과제는 더욱 해결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즉 22대 국회는 21대 국회보다 국정과제를 해결하기 훨씬 더 어려워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민생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는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해답이고, 현재 우리 경제여건에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는 것밖에 없다. 총요소 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을 제외한 기타 요소들의 생산성을 합친 것이므로 국회가 4대 개혁 등 입법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민생을 개선하는 최선의 길이다.
따라서 극단적 대치로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정당이야말로 민생을 어렵게 하는 가장 나쁜 정당이다.

따라서 여당은 국민들의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하고 포용적인 국정운영을 유권자에게 약속하고, 야당은 민생과 국익을 위한 최대한의 협치를 공약하는 것이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최선의 방법이다.
정당들이 국민에게 더 나은 정치의 희망을 준다면 유권자는 시대적으로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의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지키고자 하는 정당에 기꺼이 내 한 표를 줄 것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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