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헛도는 가자 휴전 협상, 美-中 압박 강화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0 16:10

수정 2024.03.20 16:10

이스라엘-하마스, 완전 철군 놓고 이견 심해...협상 어려워
美, 중동에 6번째 국무장관 파견해 협상 재개 압박
中 역시 하마스에 특사 보내 휴전 논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19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19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20일(현지시간) 기준 166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휴전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국무장관을 6번째 중동에 보내 의견 조율을 모색할 예정이며 중국 역시 손을 걷어부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휴전 협상이 타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은 현재 중부와 북부를 평정하고 남부 라파 지역을 포위한 상황이다.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는 이스라엘 대표와 함께 지난 1월부터 휴전 협상을 진행했다. 이들은 하마스가 40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6주간 휴전한다는 기본적인 틀에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에 따른 갈등으로 휴전에 이르지 못했다. 하마스는 6주 휴전 이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와 영구 휴전, 거물급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을 요구했으며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했다.

이스라엘의 교섭자로 지난 2011년 이스라엘 군인 1명과 팔레스타인 죄수 약 1000명의 맞교환 협상에 관여한 게르손 바스킨은 WSJ를 통해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협상하면 패전을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바스킨은 “어떠한 합의라도 하마스의 승리로 간주될 것이며 이스라엘은 이러한 합의를 최소로 줄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측의 가장 큰 이견이 휴전 이후 전쟁 재개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스킨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밖으로 완전히 철수하고 종전을 바란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휴전을 하더라도 필요시 언제든지 하마스와 싸울 수 있기를 원한다.

팔레스타인 싱크탱크 호라이즌 센터의 이브라힘 달랄샤 센터장은 지난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을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보험"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약 1200명을 살해하고 약 240명을 납치했으며 지난해 11월 임시 휴전 당시 약 100명을 석방했다. 현재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은 130명 남짓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생존자 숫자는 불분명하다. 달랄샤는 "하마스는 인질을 풀어준 상황에서 전쟁이 재개된다면 자신들이 끝장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휴전 협상에서 타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WSJ는 이외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반입할 구호물자 범위를 보장하지 않았으며 인질 대신 풀어줄 팔레스타인 죄수의 선별에서도 하마스와 이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하마스가 반(反)이스라엘 운동을 지도했던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우파 정부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9일 의회 외교 국방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우려하는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마스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 라파 진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대화에서 가장 명확한 방식으로 라파에서 하마스 부대를 제거하겠다는 결심을 전했다"고 강조했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18일 바이든과 전화 통화에서 미 정치권의 네타냐후 교체론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바이든은 네타냐후의 기반을 흔들 생각이 없다며 그를 달랬다고 알려졌다.

일단 바이든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다시 중동에 보내 휴전 협상을 재개할 생각이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이 20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사우디 지도자들과 만난 뒤 21일에는 이집트 카이로로 이동해 이집트 당국자들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블링컨의 중동 순방은 10월 7일 가자지구 사태 이후 벌써 6번째다. 블링컨은 19일 발표에서 이번 중동 일정의 목적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도달하고 인질 석방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역시 휴전 협상에 개입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는 19일 발표에서 외교부의 왕커젠 특사가 17일 카타르에서 하마스 정치국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와 만났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사태 이후 중국 인사가 하마스 지도부와 접촉한 첫 번재 공식 회동이다.
외교부는 “두 사람이 회담에서 가자지구 충돌 등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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