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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도덕적 해이가 없는 팀이 살아남는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0 18:08

수정 2024.03.20 18:08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시리즈B 투자 유치 후 그다음 단계로 가는 스타트업 팀들의 공통점은 도덕적 해이가 상대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2016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벵트 흘름스트룀 교수는 1982년 '팀에서의 도덕적 해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혼자서 수행할 수 없는 작업을 여러 명이 힘을 합할 때 남모르게 꾀를 부리는 행위(프리라이더)를 '도덕적 해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을 논문에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4명의 작업자가 피아노를 배달한다고 하자. 모두 피아노 한쪽 끝을 잡고 배달해 계단도 오르고 좁은 통로도 가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3번 작업자가 가끔 힘을 별로 쓰지 않는다고 하자. 물론 3번 작업자는 얼굴을 항상 찌푸리며 힘든 표정을 지으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기에 불과하다. 문제는 3번 작업자가 도덕적 해이를 보이면 다른 작업자 셋은 3번 작업자 몫까지 나눠 감당해야 피아노를 옮길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업 속도는 더 늦어질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흘름스트룀 교수가 논문에서 제시한 해답은 심플하다. 조직 구성원에게 한 명이라도 꾀를 부리면 조직이 망해 모든 구성원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을 주지시키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번 작업자가 꾀를 부려 피아노 배달작업이 지연될 때 이를 3번이라고 밝히고 처벌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렇게 꾀부리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오히려 찾아서 주의를 줄 경우 모함을 한다며 적반하장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꾀를 부린 개인을 처벌하지 못한다면, 성실히 일한 네 명의 작업자 전원을 처벌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이는 아마 최후의 방법일 것이다. 즉 피아노 배달회사 사장은 네 명의 작업자 중 누가 꾀를 부리는지 알아내려 하지 않고, 하루에 10개 미만 배달 시 네 명 모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방법을 쓸 수 있다. 한마디로 한 사람이라도 꾀를 부리면 단체기합을 주는 방식이다. 그러면 3번 작업자는 자신이 꾀를 부린다는 것이 들킬 염려는 없지만, 그와 상관없이 하루 일당을 못 받게 되므로 정신 차리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공정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만약 꾀를 부리지 않고 성실히 일하는 작업자들이 있다면, 이들은 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처벌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그들의 동기를 저하시키고, 결국은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이 방법은 실제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찾아내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즉 실제로 부정행위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은 계속해서 꾀를 부릴 수 있으며, 이는 조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방법은 작업자들에게 부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모든 작업자가 하루 일당을 받지 못하게 되면 그들은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작업자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이는 결국 조직 전체의 효율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찾을 수 있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조언하자면 첫째,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각 작업자의 행동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보상과 처벌의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에게는 엄격한 처벌을, 반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좋은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데 '우리 모두가 함께 성공하기 위해선 각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팀워크를 강화하면 팀원 사이의 신뢰도 높아지고 서로를 돕는 문화가 생길 수 있다.

전화성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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