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연구실 시약도 '금사과'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0 18:08

수정 2024.03.20 18:08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차장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차장
사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금사과'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사과 물가상승률은 71.0%로 지난 1999년 3월 77.6%와 지난해 10월 74.7%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70%를 넘었다. 사과 물가상승률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67.8%p로 역시 역대 세번째로 컸다. 과일은 물론 채소·공산품 가격, 전기료, 난방비, 교통비 등 모든 분야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과학기술계도 마찬가지다.


시약 오픈마켓 '랩매니저 스토어'를 운영하는 스마트 잭에 따르면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주요 시약을 조사한 결과 47개 중 절반에 가까운 23개 품목의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상승했으며, 이 중 한 품목은 4만4000원에서 8만130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더 심각하다. 47개 중 33개가 가격이 상승했으며, 10% 이상 오른 품목은 27개에 달했다. 한 품목은 2년 전에 17만3400원이었지만 1년 뒤에는 33만6900원, 지금은 35만1600원까지 상승했다.

실제로 한 연구실에서 2021년과 2022년, 올해 물품 구매목록을 살펴보니 실험에서 많이 쓰이는 아세톤, 핵산, 염산 등의 가격상승이 눈에 띄었다. 아세톤은 2021년 대비 48%, 핵산은 20% 상승했다. 또 염산은 2022년 대비 38% 올랐다.

더 심각한 것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해외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일부 제품은 해외 판매가격 대비 2배가 넘는다. 한 연구자는 "외국에서 연구할 당시 물품 구매를 직접 담당했는데 당시 자료와 국내 판매가격을 비교해보니 터무니없게 높은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연구기관이나 대학 연구실 상황은 R&D(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줄면서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시약의 마진은 약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 장비와 재료 등을 국산화하기 위해 지원하는 부서는 있지만 연구실에서 쓰이는 재료 현황을 관리하는 부서는 없다.
입버릇처럼 연구자들의 우수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몰입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료와 장비의 국산화 노력도 중요하지만 연구자들이 당장 R&D에 사용하는 실험재료 또한 중요하지 않을까.

monarch@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