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한국 송환 결정된 권도형, 수사 초점은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1 16:27

수정 2024.03.21 18:05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에 따라
적용 법리 달라져
미국보다는 형량 낮을 것 예상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전 테라폼랩스 대표인 권도형씨(32)의 한국 송환이 결정됨에 따라 관련 수사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수사의 핵심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로 보인다. 검찰은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권씨가 국내에서 받게 될 형량에 대해서 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으로 송환됐다면 100년 이상의 형량이 예상됐지만 국내에서는 40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성 여부가 핵심
21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권씨는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몬테네그로에서 복역 중이었으나 오는 23일 형기가 끝나 당일 또는 하루 뒤인 오는 24일 한국으로 입국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이 권씨에 적용할 혐의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적용된 혐의에 따라 형량과 피해 구제가 달라져서다.

권씨가 받는 혐의는 크게 5가지다. '테라·루나' 사태로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거의 동일하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부정거래, 공모규제 위반, 무인가영업)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배임, 횡령)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유사수신법 위반 △배임증재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다.

핵심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적용이다. 이 경우 가상자산 '거래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입은 손실 또한 이들의 책임으로 입증하기 쉽다. 거래 과정 자체가 사기적 부정거래이므로 사회적인 법익을 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기 혐의가 적용되면 개인적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 당초 권씨 등이 "스테이블 코인이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코인"이라고 홍보한 것이 테라·루나 코인 가치 폭락으로 인한 피해 책임으로까지 이어지는지 입증해야 한다. 입증을 하지 못하면 권 씨의 형량이 축소될 수 있다.

적용 법리를 가르는 것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다.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보면 증권거래에 대한 법인 자본시장법이 적용될 수 있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한국법상 증권성이 인정되려면 △장래 지급하기로 한 약정을 취득하는 권리가 있으면서 투자 계약 증권일 것 △타인의 노력으로 인해서 가치가 달라질 것 △공동 사업의 결과로 손익의 차이가 발생할 것 등 요건이 있다"며 "이들은 앵커프로토콜이라는 구조를 짰고 이를 통해 결국은 루나 코인에 대한 가치 수요를 높이기 때문에 일종의 공동 사업에 대한 손익 귀속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지금까지 판사들은 증권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입증이 쉽지 않다"며 "한국에서 이제야 가상자산 규제법을 만들고 있어 과거 벌어진 권씨 사건에는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보다 형량 낮을 것
권씨의 형량을 놓고도 논란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내에서는 미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형량을 받을 것으로 예측돼서다.

국내에서는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에 그친다.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부과해 합산하므로 권 대표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는다면 100년이 넘는 중한 형이 내려질 수도 있다.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권씨의 국내 송환이 국내 피해자를 구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김 대표변호사는 "국내에서 형사처벌 받으면 국내 피해자들에 대해 권씨가 갖고 있거나 숨겨 놓은 자산, 또는 이미 몰수나 보전 처분된 자산들로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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