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마약류 밀수 차단 위해 관세청은 계속해서 진화 중"[마약중독과 싸우는 사람들<12>]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02 10:32

수정 2024.04.02 11:34

고광효 관세청장

고광효 관세청장이 2일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마약 밀수 차단 대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고광효 관세청장이 2일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마약 밀수 차단 대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마약류 밀반입 시도가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 2일 관세청에 따르면 밀수 차단된 마약류의 건수는 지난해에 704건으로 4년 전인 2020년(696건)과 견줘 1.1%로 근소하게 증가했지만, 밀수 차단된 마약류의 중량은 2020년 148.4kg에서 지난해 769.3kg으로 4년 사이 418.3% 급증했다. 관세청이 1번 적발할 때 압수하는 마약량이 2020년 0.2kg에서 지난해 10.9kg으로 증가한 셈이다.

국내에 통용되는 마약은 대부분 밀수다.
이미 밀수된 상태에서의 적발은 검찰과 경찰이 맡지만 밀수 전 단계의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세청은 국경간 마약거래를 감시하는 최전선에 있다. 관세청은 갈수록 대범해져가는 마약 밀수와 신종 마약 등장에 대비해 첨단 장비와 인적·물적 자원을 보강하고 있다. 미국, 동남아 등 주변국들과도 공조해 마약이 한국 국경을 넘기 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중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고광효 관세청장을 만나 마약류 밀수 실태와 차단 대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해외 마약 밀수도 패턴이 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밀수 경로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어떻게 변했나.
▲여행자, 즉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마약류 밀수 시도가 증가했다. 사실 마약류 밀수는 여행객이 몸에 지니고 들어오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많았다. 부치는 침이나 택배에서는 엑스레이 검사 등 마약류를 수색하는 별도의 검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해외 이동이 자유롭지 못했으므로 자연스럽게 여행객이 줄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다시금 여행자를 통해 이뤄지는 마약류 밀수가 증가했다. 실제 2022년 대비 지난해 마약류 밀수 시도 방법의 증감률을 보면 여행자를 통해 이뤄지는 밀수 시도는 58% 증가했고, 국제우편으로 이뤄지는 밀수 시도는 29%로 감소했다.

―그렇다면 여행자를 통해 이뤄지는 마약류 밀수를 막기 위해 관세청이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할 대응책은 무엇인가.
▲물리적으로는 첨단 장비와 기술을 총 동원한다. 이는 수사기관 뿐 아니라 관세청도 계속 적발 효율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우선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마약류로 의심되는 국제 우편물 등을 적발하는 기술도 개발중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개발을 수행중인 것들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수입 품목으로 신고된 이름과 박스 안의 내용물이 차이가 나는 경우 이를 사람이 수입 품목과 포장 박스의 크기 및 모양 등을 대조해보면서 이상한 점을 판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수작업으로 판별하는 기술은 검사하는 사람의 경험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이런 오래된 경험을 AI에 축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수입 품목의 이름과 박스크기, 모양 등이 지나치게 차이 나는 경우 화면에 알림을 띄우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노련하게 마약 의심물을 추려내는 아날로그적인 기술을 AI에 축적시켜 자동화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마약류 의심이 되는 포장을 더 효과적이고 선별적으로 따져볼 수 있게 된다. 물건 뿐 아니라 여행자 정보를 빅데이터화 하는 방안도 중요하다. 예컨대 마약류 밀수범 A씨와 비행기에 동승했던 B씨가 있는데, 이후에도 A씨의 동선에 B씨가 자주 등장한다면 밀수 루트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추정해볼 수 있다.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와 열화상 카메라도 마약류 적발을 위한 필수 장비다. 신체 일부에 마약을 붙이거나 삼켜서 들어오는 경우 현장에서도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 최근 항만 등 곳곳에 도입한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는 초고주파를 이용해 한번 스캔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몸 속의 마약류로 의심되는 이미지를 알아낼 수 있다. 열화상 카메라 역시 몸 속에 숨은 마약을 살피는데 중요한 장비로 쓰여왔다.

―마약류를 다수 단속하면서 밀수에도 패턴이 있을 것 같다. 요즘 자주 적발되는 마약 종류는 어떤 것들인지 경향이 있나.
▲국내 주요 밀반입 마약류의 종류는 필로폰(47%), 대마류(18%), 거통편(8%), 합성대마(6%)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필로폰 밀수가 큰 증가세를 보인다. 실제 필로폰 밀수는 2022년 261kg에서 지난해 437kg으로 67% 급증했다. 또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클럽용 마약'으로 불리는 엑스터시(MDMA)와 케타민의 밀수도 증가했다. MDMA의 밀수량은 2022년 25kg에서 지난해 30kg으로 19% 증가했고, 케타민의 밀수량은 22kg에서 지난해 38kg으로 71% 증가했다.

―수사기관, 단속기관할 것 없이 모두 최근, 신종마약류 때문에 골치를 썩이는 것으로 안다. 관세청은 신종 마약류의 단속을 어떻게 적발하고 있나.
▲라만분광기 등 첨단장비를 도입해 마약류 정밀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라만분광기는 마약류가 함유된 것으로 의심되는 물질을 분석해 마약류를 색출해 내는 기계인데, 기존에 사용하는 이온스캐너 보다 분석할 수 있는 물질의 범위가 넓다. 100개의 물질은 거뜬히 분석한다. 이같은 라만분광기를 지난해 15대 도입했다. 그밖에 지난해에 액체·기체 질량분석기 등 17대도 도입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신종마약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단속 체계를 지속해서 보완하고 있다.

―국내 통용되는 마약 대부분이 해외에서 제조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지역에서 제조되는 마약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해당 국가들과 마약류 밀수를 차단하기 위해 공조하는 것이 있는가.
▲현지 세관과 연계해 마약류 밀수 범죄를 차단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18개 관세당국과 '마약밀수 공동대응 선언문'을 채택해 정보공유와 인적교류 강화 등을 약속했다.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에서는 현지 관세당국과 함께 한국행 여행자에 대한 마약류 밀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국제공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적개발원조(ODA)를 병행하고 있는데, 태국에 마약탐지견을 기증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현지 관세당국이 한국 관세 문화가 지닌 선진성을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있기도 했거니와 개발도상국의 관세당국과 함께 연계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한국의 관세 문화를 전파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공항이나 항만 등에서 마약 탐지견을 볼 수 있는데, 실제 탐지 성과는 어느 정도나 되나.
▲우리가 훈련시킨 마약 탐지견은 사람과 한 몸처럼 다니며 탁월한 성과를 낸다. 마약탐지견이 적발한 마약류 밀수 시도 건수는 지난해 총 84건이다. 전체 성과(704건)의 약 11.9%를 차지한다. 최근 5년을 기준으로 할 경우 618건으로 전체(3886건)의 약 15.9%에 이른다. 성과는 10%대지만 인력이나 장비 운용에 비교적 비용이 들 든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마약 탐지견은 이런 성과 뿐 아니라 밀수 의심 현장에 수시 운용되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더라도 잠재적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마약 탐지견의 활약이 대단한 것 같다. 관세청은 마약 탐지견을 현재보다 더 사육·훈련할 계획도 있나.
▲당연히 있다. 당장 운영을 담당하는 부서인 탐지견훈련센터를 오는 2027년까지 국가탐지견센터로 확대·개편할 계획이다.
센터가 확대 개편되면 일단, 사육·훈련하는 탐지견의 수를 90마리에서 250마리로 늘리는 것이다. 또 국가탐지견센터에서는 탐지견의 일생 전반을 토탈케어할 생각이다.
탐지견의 평균 수명이 15년이고, 2세 전후로 현장 투입돼 8세 전후로 은퇴하는데, 은퇴 후에서도 7~8년을 보호할 생각이다.

대담 = 김성환 사회부장, 정리=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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