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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대응] 안보 위협받는 유럽... 방위비 증액이냐 사회복지비 삭감이냐?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3 05:00

수정 2024.03.23 05:00

지난 2022년 11월1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증강대응군(Enhanced Forward Presence) 부대들이 라트비아 아다지에서 '2022 아이언 스피어'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 2022년 11월1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증강대응군(Enhanced Forward Presence) 부대들이 라트비아 아다지에서 '2022 아이언 스피어'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2년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는데 필요한 막대한 방위비 부담으로 인해 냉전 종식 이후 유지해온 유럽의 사회적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앞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남을 지가 불투명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는 안보 경종이 울려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나토 소속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지출 규모가 작은 것을 비판한 이후 유럽의 군사력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유럽 정부들이 최근 수십년간 없었던 방위비 지출 증액을 당장 실시한다 해도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토 소속 유럽 회원국들이 높은 부채로 예산을 삭감하고 경제 성장 부진까지 겹쳐야 있는 상황에서 방위비 증액과 냉전 이후 늘려온 사회복지 제도 사수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가르벨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승리를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토 국가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유럽이 사회복지를 재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 스스로 방어하려면 20년 더 필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지난 2019년 공개한 분석에서 유럽이 미국 없이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는 20년 동안 357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물가를 감안하면 4200억달러(약 562조원)로 올해 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를 모두 합친 3800억달러(약 509조원) 보다도 더 필요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각종 무기를 제공한 유럽 국가들의 재고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유럽의 관리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많은 장비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전쟁이 종료될 경우 수년내 군을 재건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나토 국가들은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3%대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을 줄였으나 최근 수년간 다시 증액해왔다.

특히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합병하자 2024년까지 GDP의 2%로 증액하기로 합의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개입이 없을 경우에 대비해 3%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위비 증액이 일부 유럽국가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복지 지출 삭감 없이 방위비 증액 쉽지 않아
독일 이포(Ifo)연구소는 유럽 국가들이 GDP 대비 방위비를 2~3%로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재정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벤 저랜코는 영국이 3%를 방위비로 지출하려면 현재 보다 400억달러를 더 늘려야 한다며 더 '큰 정부'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복지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포 연구소에 따르면 냉전 종식 이후 유럽 국가들은 방위비를 줄이면서 약 2조달러에 가까운 평화 배당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기간 사회복지 지출 규모는 2배 늘면서 정부 재정 지출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연금 지출이 특히 증가했는데 이것은 정치적으로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부문이다.

이 같은 유럽의 재정적 구조는 방공망과 공증급유, 전투 공병대, 탄약과 포병 등 필수 군사적 능력을 더욱 미국에 의존하게 만들어왔다. 미국은 상황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정보와 정찰 자산도 제공해왔다.

또 미국 없이는 유럽 국가 간 군 병력과 장비의 이동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선거를 앞두는 것도 방위비 증액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집권 연정은 선거를 의식한 듯 방위비를 어떻게 해서 2%로 늘릴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은 사회복지 수당과 연금 대신 탱크와 무기에 지출한다면 유권자들은 받아들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방위비를 늘리면서 동시에 사회복지 수당과 연금을 줄이는 것은 우익 포퓰리즘을 강화시켜줄 뿐이라고 경고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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