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민연금, 행동주의 펀드의 엇갈린 '표심'...KT&G·JB금융 주총도 촉각

홍요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3 13:52

수정 2024.03.23 13:52

[파이낸셜뉴스]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의 5부 능선이 지나가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큰손 국민연금과 표심이 엇갈린다는 점이 주요한 패배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이 정기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에 완승을 거뒀다. 3년 연속 이사회 입성을 노리고 있는 박철완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 잡았지만 주주 안건이 한건도 채택받지 못했다.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 제안이었던 자사주 소각안에 반대했다. 사외이사 선임 건도 이사회가 제시한 최도성 후보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금호석화 지분율 9.27%를 갖고 있다.

자사주 100% 소각 요구가 국민연금을 비롯해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도 차파트너스의 안건이 아닌 금호석화에 힘을 실어줬다.

금호석화 측의 "나머지 50% 자기주식은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기에 대비하기 위해 보유해야 한다. 자본조달의 여러 선택지 확보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가치에 더욱 부합한다"라는 주장이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민연금에게 더 설득력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5일 삼성물산 정기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행동주의 펀드측 요구에 반대했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 연합은 삼성물산에 '보통주 한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 현금배당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결과는 삼성물산 측의 압승이었다.

남은 주총들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오는 28일 열릴 KT&G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행동주의 펀드가 아닌 회사 측 손을 들어줄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이번주 수책위 회의를 통해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안에 찬성하기로 했다.

다만 표 대결은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 현 경영진을 견제하는 곳으로는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인트캐피탈파트너스(FCP)뿐 아니라 6.93% 지분율의 최대주주 IBK 기업은행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 투표는 사내이사·사외이사 구분없이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로 실시되는데, 기업은행은 다른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사실상 방 후보에는 표를 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외국인 투자자 표에 영향이 큰 글로벌 1위 의결권 자문사 ISS도 방 사장 후보의 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같은 날 주총이 예정된 JB금융지주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치열한 표대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얼라인 측 주주제안 중 김기석 사외이사 후보자 선임안에만 손을 들어줬다.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펀드가 같은 주주 입장임에도 서로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둘 모두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선택을 하겠지만 성격이 다를 수 있다.
국민연금이 초장기 투자자로서 변화에 보다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환원 확대를 통한 가치 제고 등에 더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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