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삼성 파운드리가 진짜 성공하려면 [기자수첩]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4 13:54

수정 2024.03.24 13:54

김준석 기자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보면 '차력쇼'를 보는 거 같다. 후발주자로서 미세 공정 분야에서 쇼맨십도 필요하겠지만, 자칫 수율(양품 비율)과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미세공정 도장깨기는 고객사 입장에선 재밌는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
파운드리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은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 추격에 나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를 이같이 비유했다. 그는 2017년 12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분리된 파운드리사업부가 짧은 시간에 성장한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가 1992년 반도체 진출 10년 만에 메모리 1위를 달성한 '메모리의 추억'에 취해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공개하고,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설계와 파운드리 등을 종합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공표했다.
하지만 목표만 제시돼 있지 '어떻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영진은 "메모리도 10년 만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했는데, 파운드리도 아직 6년 남았다", "지켜봐달라"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연구자인 한 교수는 "'파운드리를 많이 신경쓰겠다'라는 선언적인 발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2030년까지 파운드리 1위를 진지하게 목표로 정했다면 삼성전자 내부에서 자기객관화가 덜 됐다는 위험한 신호"라고 짚었다. 교수는 "'세계 최초', '1등' 강박에서 벗어나 고객사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운드리 사업의 활력을 위해 해외 우수인력 확보 차원의 '삼고초려'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2011년 TSMC 출신인 양몽송 전 부사장, 2012년 유리 마스오카 펠로우, 2023년 린준청 AVP팀 부사장처럼 TSMC를 비롯해 유명 파운드리 업체의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파운드리 직원들에 대한 사기 진작도 필요하다. 지난해 0%의 성과급을 통보 받은 파운드리 직원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0%의 성과급 공지가 나니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메모리에 비해 가시적인 사업적 성과가 더딘 점을 반영하지 못한 성과급 체계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 메모리 업황이 반등 후 침체에 빠졌을 때 파운드리의 진가가 다시 드러날 것이다.
'몇 나노, 경쟁사 대비 빨리'가 아닌 △수율 △고객 △인재에 집중해야 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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