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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삼성에 보조금 주고 추가 투자 압박할 듯… 한국은 보조금 실종[부활한 반도체, 격화된 칩워]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4 18:18

수정 2024.03.24 18:18

이번주 반도체 보조금 규모 발표
업계 "세제혜택보다 직접지원을"
美, 삼성에 보조금 주고 추가 투자 압박할 듯… 한국은 보조금 실종[부활한 반도체, 격화된 칩워]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기점으로 대미 추가 투자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 반도체 산업의 명운을 걸고 주요국이 치열한 보조금 지급 경쟁을 벌이면서 한국 기업들은 국내 대신 해외투자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도 정부·국회가 합심해 세액공제 등 간접지원에서 벗어나 시설투자 보조금 등 국내 투자를 늘릴 파격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르면 이번 주 삼성전자에 지급할 반도체 보조금 규모를 발표한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목적으로 반도체지원법을 제정했는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1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생산보조금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다.
생산보조금 중 290억달러는 첨단 반도체 생산기업에 돌아간다.

이날까지 미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확정한 기업은 인텔(195억달러)을 포함해 글로벌파운드리(15억달러), 마이크로칩테크놀러지(1억6200만달러), BAE시스템스(3500만달러) 등 4곳이다. 특히 인텔은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기존 예상치(100억달러)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막대한 보조금을 타내는 데 성공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마중물 삼아 5년간 1000억달러의 미국 내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의 공식 발표 전이지만 삼성전자는 60억달러가량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기존에 발표한 투자 규모(170억달러) 대비 3분의 1가량으로 투자액 상당 부분을 보전받게 된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계획 중인 중장기 대미투자까지 합산하면 보조금 규모는 기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텍사스주에 제출한 세제혜택 신청서를 통해 향후 20년간 1921억달러를 투자, 미국 내 11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후속투자에 따른 추가 보조금 지급이 필요한 대목이다.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인텔은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오는 2030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대량의 보조금을 편성하고 있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가 최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지은 1공장 건립에 지급된 일본 정부의 보조금은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에 달한다. 1공장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오는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건립 예정인 구마모토 2공장에는 최대 7320억엔의 보조금이 지원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도 반도체 분야 격변기를 맞아 세제혜택 등 간접적 방식의 지원을 넘어 정부의 전폭적 직접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 반도체 기업인들은 지난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투자보조금 신설 등을 건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반도체 산업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보조금 지급 등 파격적 내용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기업만 믿고 지원책 마련에 손놓고 있다가 반도체 후발주자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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