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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건설 위기 속 하도급 보호 강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4 19:15

수정 2024.03.24 19:15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윈장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윈장

건설업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버팀목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가 15%에 이르고, 고용창출 효과도 커 한국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형 건설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이후 건설업계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수주실적이 크게 위축되고 고금리 지속,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자금경색이 심화되면서 건설사들이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건설산업은 대형 건설사와 중소 협력업체들이 촘촘히 연결된 구조로, 건설경기 부진으로 대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면 그 피해가 순차적으로 전가되면서 자금사정이 열악한 중소 수급사업자들이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는 특히 중소 수급사업자들에게 가장 가혹한 추위로 찾아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는 중소 수급사업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법상 안전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재정비하고자 3월 6일까지 건설분야 지급보증 현황을 긴급 점검했다. 하도급법은 유사시에도 중소 수급사업자들이 하도급대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보증기관을 통한 지급보증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이를 점검한 결과 38개 건설사가 551건의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조속히 자진시정토록 하고 약 1788억원의 지급보증 신규 가입을 유도했다. 건설업계 위기 시 하도급대금을 보장받기 위한 수급사업자 대응 매뉴얼도 마련해 배포했다. 이를 통해 하도급법상 대금지급 보증, 발주자 직접지급 등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 보장을 위한 제도를 활용하도록 당부하고 워크아웃·법인회생 등 건설사 위기유형별 수급사업자의 대처사항도 안내했다. 이와 함께 전문건설협회와 권역별로 찾아가는 설명회를 개최해 중소 수급사업자 피해를 예방하고자 한다. 향후 건설분야에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비용 전가 등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지속대응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들의 피해에 대한 실질적 구제를 위해 건설분야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온 부당특약의 사법상 효력을 무효화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당특약은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공정거래 체감도 점수가 가장 낮은 항목으로, 특히 건설업종에서 가장 심각한 불공정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약정이 대표적 유형이다. 작금의 건설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원사업자가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 수급사업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등 부당특약을 설정할 유인이 증가한다. 현행 하도급법은 부당특약을 금지하고 이를 제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특약의 사법상 효력은 계약 당사자 간에 유효하게 지속될 수 있다. 즉 공정위에서 법 위반으로 제재하더라도 수급사업자가 별도의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이를 다투어 피해를 구제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부당특약 무효가 법제화되면 애초에 이러한 특약을 계약서에 규정할 실익이 줄어들어 법 위반행위가 예방되는 것은 물론 사후적으로도 특약이 무효라는 것을 전제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수급사업자의 입증책임이 줄고 피해 구제는 더 원활해지는 것이다. 유사입법례도 존재하는 만큼 하도급 거래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균형 있게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건설업계 부진이 경제위기로 연결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방안을 시행 중이다. 위기 타개를 위해 정부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건설업계 원·수급사업자 간 상생을 위한 스스로의 협력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챙길 수 없으므로 거래 당사자 간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더해 건설업계에서도 상생의 정신을 살려 협력사와의 상호공존을 위해 힘쓴다면 위기를 넘어 건강한 건설생태계 구축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얼어붙은 건설시장에도 따뜻한 봄이 오기를 희망한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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