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의료 대란 대화모드 전환에도..'넘어야 할 산' 수두룩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6 06:00

수정 2024.03.26 06:00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지난 22일 대구 한 대학병원 접수대 앞에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가 지연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지난 22일 대구 한 대학병원 접수대 앞에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가 지연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 움직임이 거세지자 정부는 급한 불을 끄고자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 정부는 여전히 '의대 증원'을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고 의료계 역시 입장차가 커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어제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대협)가 국민의힘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관계부처가 협의해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즉시 착수했다"며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료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방안을 당과 협의해 나가겠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현장 의료인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한 비상진료체계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의 발언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 시한이 임박한 것과 관련,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며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오후 4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50분가량 전의교협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뒤 "국민들이 피해 볼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대화의 조건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사이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의료계에서는 전날 대통령의 대화 추진 지시 후 '2000명 증원 백지화 없이는 대화할 수 없다'는 반발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중대본에서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끝까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화는 이어가지만 '의대 증원'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의료계에서는 대표단이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대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조윤정 고려대 의대 교수의회 의장은 최근 전의교협 브리핑에서 "(의료계) 단체가 서로 협의하면서 정부와 마음을 터놓고 함께 머리를 맞대서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의교협과는 별개 단체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방재승 위원장도 "정부가 전공의 조치를 풀어주고 대화의 장을 만들면 저희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욱이 각 의사단체 관계자들이 한데 모임에 따라 협상의 구심점이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의료계는 최근 의대 교수들이 주축이 된 온라인 회의에서 각 단체의 의견을 공유한 데 이어,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 회의에서 또다시 머리를 맞댔다. 회의에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 등 비대위원 20여명이 오프라인으로 참석했고,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들도 온라인으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정부의 대화 제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에 대한 압박 중 일부를 중단한 것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부분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며 "협의체에서 논의할 의제와 협의체 구성 및 운영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신속히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의료계 또한 '2천명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못 박은 이상 협상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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