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대병원 교수 "자포자기 심정"…사직 논의로 긴장감 가득[르포]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5 16:10

수정 2024.03.25 20:50


2024년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한외래진료센터 내과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안내판에는 49분까지 지연됐다는 내용이 띄워져 있었다. /사진=노유정 기자
2024년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대한외래진료센터 내과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안내판에는 49분까지 지연됐다는 내용이 띄워져 있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의료 파업 1개월이 넘어간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병원의 환자들은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일부 환자들은 진료 지연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전공의가 사라진 상태에서 남아있던 교수들도 지쳐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대의대 교수를 포함한 주요 의대 교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진 상태다. 서울대병원 교수진들은 기자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교수들 "자포자기…우울"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취재요청을 대부분 거부했다. 취재를 받아들인 A교수는 "교수들이 많이 자포자기하고 있다"고 말하고는 더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전공의가 없는데다 교수들마저 사직서를 제출하는 분위기에서 복잡한 속내를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듯 했다.

이날 낮 12시. 내과에서 진료가 지연되자 환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내과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는 환자들이 가득했다. 안내판에는 11시15분으로 예약된 환자가 낮 12시께 현재 교수 진료를 받고 있다는 안내가 띄워져 있었다. 환자들은 화살을 의료파업으로 돌리며 분개했다.

당뇨 환자의 보호자 김모씨(70) 또한 "3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받는데 지난번 왔을 때보다 훨씬 오래 기다리고 있다"며 "3개월전 왔을 땐 20~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이제 1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직원은 "의사마다 진료에 따라 환자 보는 속도가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환자는 볼모 삼지 말았으면"
사태가 장기화되자 환자 불만도 거세졌다. 의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함께 나왔다.

박모씨는 "의사들이 사직서를 낸다는 명분이 전혀 없다"며 "의대생을 많이 뽑는다고 사직서를 제출하는 게 무슨 연관인지 국민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필수 의료에 사람이 없다면 의대생들이 진학할 때 처음부터 필수 의료과에 갈지 선택하도록 하면 될 것"이라며 "이번에 또 의대 증원을 못하고 의사에게 밀리면 다음 정부는 또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내과에서 1시간을 기다렸다던 구모씨(78)는 "서민들은 의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볼모로 삼으면 안 된다"며 "갑작스런 대규모 의대 증원으로 생기는 미래 문제를 위해 파업한다지만 그렇게 되면 현재 환자들이 당장 큰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힘으로 밀어붙이고 고집 피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코앞에 선거가 닥치면 물러서야 한다"고 말했다.

뇌수막염 환자 채모씨(35)는 "정부가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직서 제출하기로 한 게 오늘인데 협의체 구성을 전날에야 제안했다"며 "더 빨리 제안했더라면 교수들이 논의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을 것이고 또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대 증원 규모 및 배치 계획을 이미 발표한 상황에서 이를 뒤집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fnSurvey